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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언니-입양 동생 ‘사랑의 앙상블’
05-01-03 13:28 2,312회 0건
‘전국 입양가족대회’서 공연한 최정원-현빈 자매

“입양한 딸이 ‘나도 엄마 뱃속에서 나온거면 좋겠어’라고 말할 땐 가슴이 무너지지만, 솔직하게 입양 사실을 알리고 더 많이 사랑해주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용식(41)·박순희(42)씨 부부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제5차 전국 입양가족대회’에 입양한 딸 현빈(7)양과 친딸 정원(15)양을 데리고 참가했다. 이 대회에는 최씨 부부처럼 ‘공개 입양’을 선택한 가족 1천여명이 참가해 입양 가족들의 기쁨과 고충을 함께 나눴다.

최씨 부부는 지난 1999년 현빈양을 입양했다. 딸 정원양이 1994년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 다리마저 절게 된 뒤, 정원양에게 서로 보듬어 줄 동생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지난해 자신이 언니와 같은 엄마 뱃속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현빈양은 “난 왜 엄마 뱃속에서 안 나왔느냐, 낳아준 엄마가 보고싶다”며 최씨 부부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이에 최씨 부부는 “현빈이를 낳아준 엄마가 따로 있지만, 현빈이 진짜 엄마는 지금 엄마고, 친엄마도 지금 엄마”라며 현빈이를 위로했고, “현빈이가 어른이 되면, 함께 낳아준 엄마를 찾자”고 달래기도 했다. 한달에 두번씩 입양가족 모임에도 참가해 입양아들의 심리상태와 대응방법 등에 대해서도 공부했다.

최씨 부부의 따뜻한 사랑을 느낀 현빈이도 이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됐고, 정원양과도 친자매 못지 않게 서로의 아픔을 감싸주는 사이가 됐다. 이번 대회 특별공연에서 한쪽 팔만으로 트럼펫을 든 정원이와 고사리손으로 피아노를 친 현빈이는 멋진 앙상블로 ‘어머니 은혜’를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대회를 주최한 한국입양홍보회 한연희(47) 대표는 “공개 입양 뒤 다른 입양가족들과 함께 고민과 정보를 나누면 성공적인 입양 가족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2004.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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