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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빚에 버려지는 아이들
04-07-29 09:33 1,933회 0건
카드빚에 쪼들린 부모들이 자녀를 조부모나 친척집에 맡겨두고 종적을 감추는 일이 잦아지면서 뜻하지 않은 이산의 아픔을 겪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신용카드회사에 거주지가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취학 연령이 넘은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정민호(8·가명)군과 민정(7·가명)양 남매는 부산 금정구 부곡동 모 아파트 상가 앞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사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용돈 500~1000원으로 군것질을 하거나 오락을 하는 것이 일과다.

또래의 친구들이라면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에 다녀야 할 나이지만 오빠 민호는 1학년을 다니다 지난해 2학기에 그만뒀고 민정이는 입학도 해보지 못했다. 이들 남매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외할머니댁이다.

민호 남매의 부모는 소규모 와이셔츠 공장을 운영했다. 그러나 공장이 부도나 신용카드 빚만 5000여만원으로 불어났고 빚독촉에 견디다 못해 민호 외할머니댁으로 일가가 피신한 후 8개월째 집안에서 박스접기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거주지가 발각될까 두려워 남매를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있다.


정민정(가명)양이 15일 또래친구들이 모두 학교에 가있는 시간인 오전 10시께 부산시내 모 복지관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정이는 옆집에 사는 친구를 위해 일주일에 두번 방문 과외를 하고 있는 공부방 선생님 눈에 띄어 한동안 글을 배우기도 했으나 민정이 부모는 이 선생님의 방문마저 거부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A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에 각각 재학중인 김주현(10·가명)양과 주진(8·가명)군 남매는 약 3년전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살던 집을 떠나 외할머니와 증조할머니가 살고 있는 이곳으로 옮겨왔다.

아빠는 서울에서 엄마는 외국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 이들 남매가 알고 있는 가정사의 전부이지만 담당교사인 정모(여·28)씨는 "카드빚 등 경제사정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멀리 떼놓은 것이라는 설명을 할머니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저소득 가정이 밀집해 있는 북구나 동구 부산진구 사하구 등지의 초등학교에서는 한반에 5, 6명꼴로 주현 남매와 같은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고 교사들은 설명했다.

교육부로부터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으로 지정된 북구 덕천동과 해운대구 반송동 관내 7개 초등학교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남의 은밀한 가정사를 알기 힘들다"고 전제하면서도 "카드빚으로 인한 이혼 가정폭력 등으로 자신의 집이 아닌 조부모나 친척집에서 길러지는 아이들의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각 학교마다 전·출입 학생수가 증가하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제신문 - 강필희기자 flut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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