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수요 급증에 대비해야…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 자체가 많이 부족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 안돼 있으니, 좋은 정책을 기대할 수 없지요.” 성내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안덕균씨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사회복지보다 경제성장에 우선 순위를 뒀다. 경제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국민복지수준도 현저히 낮다. 2001년 사회복지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8.70%인 47조 9,952억원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스웨덴(GDP의 31.47%), 덴마크(30.10%) 등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 일본 등에 비해서 2분의 1수준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 부족은 사회복지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대부분 정책이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정 대상에 집중돼 있다. 복지정책을 아직까지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종합복지관 여지숙 가족복지과장은 “장애인이나 빈곤층만을 위해 복지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민 모두가 복지의 대상이 되어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책이 특정 계층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서울시 93개 사회복지관의 운영 프로그램이 비슷하다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여지숙 가족복지과장은 “정부의 평가 기준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대부분의 복지관이 비슷한 사업을 하게 된다”며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정해 우수프로그램과 우수복지관을 선정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안’ 해결에 급급한 임기응변 복지정책 많아
사회복지사들은 복지정책의 문제점으로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지적했다. 빈곤층, 장애인, 노인 문제 등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시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발등에 떨어진 불 끄듯’ 대처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남궁행 복지과장은 ‘희망의 집’을 예로 들면서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IMF 이후 노숙자가 늘어나 이들을 위한 희망의 집을 개설했습니다. 주로 노숙자를 데려다 숙식을 제공하는 일이었죠. 취업교육도 실시했지만 취직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숲 가꾸기 운동’ 등에 참여했지만, 일회성에 불과했고요. 장기적 비전은 없었습니다.”
성내종합사회복지관 안덕균씨 역시 “장애인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하루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복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에 기초한 복지정책 필요
“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겠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황영옥 부회장은 지난 1월 발효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전국에 설치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새롭게 생길 센터가 사실은 기존의 사회복지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던 가족복지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외국 이론에 근거해 정책을 만들기 때문에 한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복지사들 대부분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복지 관련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에 기초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 확실시 되지만, 사회복지사들이 지적처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복지에 대한 투자 없이 지속적 성장 어렵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
사회복지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복지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거, 교육, 의료, 아동보육, 그리고 노인 등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런 부분을 모두 가정의 책임으로 만들어 놓았다. 가정의 부담이 너무 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세에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 이를 부담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더욱더 심화되어 빈곤층은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 받을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빈곤층을 위한 복지제도라는 것이 기초 생활보장, 의료보험 정도 빼고는 없는 게 현실이다.
복지를 강조하다 보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는 그 동안 경제가 성장하기만 하면 복지정책 없이도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어왔다. 최근의 사회 문제들은 이러한 믿음이 이미 깨졌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정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워놓았기 때문에 출산율이 하락하고, 빈부 격차도 심화 되고 있다.
복지정책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복지가 부족해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것 아닌가. 제대로 된 성장이 있으려면 복지에 대한 투자가 필수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도 없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의 현실과 그들의 역할은 어떠한가
사회복지사의 수가 우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가 문제다. 근로조건이나 급여면에서 상당히 열악하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점진적으로 급여를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의 운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자율성과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특정항목으로 나누어 예산을 주다 보니 규격화된 서비스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각 복지관별로 특성화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관도 기존의 판에 박힌 프로그램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면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민밀착형 복지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복지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궁극적으로 복지정책은 조세제도와 맞물려있다. 조세제도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이루어야 한다. 먼저 국민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노인 부양이나 육아 대한 부담을 사회화해 가정이 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동시에 공공의료의 확대, 공공주택 확대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노동정책 역시 복지와 관련이 있다. 요즘 들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4대 사회보험보장 및 퇴직금 지급 등을 실시해 최소한의 사회적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에 경제, 노동, 복지 등이 맞물려서 돌아갈 수 있는 행정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나 개념 자체가 많이 부족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 안돼 있으니, 좋은 정책을 기대할 수 없지요.” 성내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안덕균씨의 얘기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사회복지보다 경제성장에 우선 순위를 뒀다. 경제 수준이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국민복지수준도 현저히 낮다. 2001년 사회복지비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8.70%인 47조 9,952억원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스웨덴(GDP의 31.47%), 덴마크(30.10%) 등 유럽 선진국에 비해서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며 미국, 일본 등에 비해서 2분의 1수준이다.
대부분의 사회복지사들은 정책 입안자들이 복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 부족은 사회복지정책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대부분 정책이 노인이나 장애인 등 특정 대상에 집중돼 있다. 복지정책을 아직까지 ‘불쌍한’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베풀어’ 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종합복지관 여지숙 가족복지과장은 “장애인이나 빈곤층만을 위해 복지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국민 모두가 복지의 대상이 되어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여나가는 복지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정책이 특정 계층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서울시 93개 사회복지관의 운영 프로그램이 비슷하다는 문제점이 나타난다. 여지숙 가족복지과장은 “정부의 평가 기준에 맞춰 프로그램을 짜다 보니 대부분의 복지관이 비슷한 사업을 하게 된다”며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정해 우수프로그램과 우수복지관을 선정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안’ 해결에 급급한 임기응변 복지정책 많아
사회복지사들은 복지정책의 문제점으로 ‘사후약방문식’ 대처를 지적했다. 빈곤층, 장애인, 노인 문제 등에 대해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제시하시 못하고 문제가 생기면 ‘발등에 떨어진 불 끄듯’ 대처하는 정책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 남궁행 복지과장은 ‘희망의 집’을 예로 들면서 “많은 예산이 투입됐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IMF 이후 노숙자가 늘어나 이들을 위한 희망의 집을 개설했습니다. 주로 노숙자를 데려다 숙식을 제공하는 일이었죠. 취업교육도 실시했지만 취직을 할 수 있는 곳이 없었어요. ‘숲 가꾸기 운동’ 등에 참여했지만, 일회성에 불과했고요. 장기적 비전은 없었습니다.”
성내종합사회복지관 안덕균씨 역시 “장애인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하루 한끼 식사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지만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복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현실에 기초한 복지정책 필요
“정책이 어떻게 달라져야 겠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황영옥 부회장은 지난 1월 발효된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라 전국에 설치될 ‘건강가정지원센터’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새롭게 생길 센터가 사실은 기존의 사회복지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기존 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고 있던 가족복지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책을 만드는 분들이 외국 이론에 근거해 정책을 만들기 때문에 한국의 현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복지사들 대부분 “실무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복지 관련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에 기초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갈수록 사회복지에 대한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이 확실시 되지만, 사회복지사들이 지적처럼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복지에 대한 투자 없이 지속적 성장 어렵다”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
사회복지 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복지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거, 교육, 의료, 아동보육, 그리고 노인 등이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런 부분을 모두 가정의 책임으로 만들어 놓았다. 가정의 부담이 너무 크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경제가 성장세에 있었기 때문에 가족이 이를 부담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이런 부담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빈부의 격차가 더욱더 심화되어 빈곤층은 기본적인 삶의 질을 보장 받을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빈곤층을 위한 복지제도라는 것이 기초 생활보장, 의료보험 정도 빼고는 없는 게 현실이다.
복지를 강조하다 보면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는 그 동안 경제가 성장하기만 하면 복지정책 없이도 잘 살아갈 것이라고 믿어왔다. 최근의 사회 문제들은 이러한 믿음이 이미 깨졌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정에 너무 많은 부담을 지워놓았기 때문에 출산율이 하락하고, 빈부 격차도 심화 되고 있다.
복지정책이 경제성장에 발목을 잡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상황은 오히려 복지가 부족해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격이다.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가 살아나지 않아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 것 아닌가. 제대로 된 성장이 있으려면 복지에 대한 투자가 필수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없으면 지속적인 성장도 없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의 현실과 그들의 역할은 어떠한가
사회복지사의 수가 우선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사회복지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에 대한 처우가 문제다. 근로조건이나 급여면에서 상당히 열악하다.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점진적으로 급여를 올려야 한다.
우리나라 사회복지관의 운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자율성과 공공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가 특정항목으로 나누어 예산을 주다 보니 규격화된 서비스를 요구할 수 밖에 없다. 각 복지관별로 특성화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지관도 기존의 판에 박힌 프로그램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에 힘쓰면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주민밀착형 복지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복지정책이 나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궁극적으로 복지정책은 조세제도와 맞물려있다. 조세제도를 통해 소득 재분배를 이루어야 한다. 먼저 국민 소득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노인 부양이나 육아 대한 부담을 사회화해 가정이 지고 있는 짐을 덜어주어야 한다. 동시에 공공의료의 확대, 공공주택 확대에도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노동정책 역시 복지와 관련이 있다. 요즘 들어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 문제를 해소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4대 사회보험보장 및 퇴직금 지급 등을 실시해 최소한의 사회적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국에 경제, 노동, 복지 등이 맞물려서 돌아갈 수 있는 행정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