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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주기보단 홀로서기 돕는게 진짜 나눔"
04-01-26 14:38 1,748회 0건
[우리이웃] "나눔 네트워크" 전문가 난상토론


‘우리 이웃’ 취재 현장에서 만난 복지 전문가들은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조건 베푸
는 것이 나눔은 아니며, 나눔의 예절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 중계동 평화의 집 임춘식 관장과 신림10동 성민복지관 정겸효 관
장, 양재동 비닐하우스촌에서 활동 중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
위원회 박순석 선교사로부터 지난 19일 우리 이웃의 현실과 현장에서
느낀 점을 들었다.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그동안 먹여주는 복지였다. 이제는 먹는 방법
을 알려주는 복지로 바뀌어야 한다.

=그냥 주기만 해서는 복지가 인간을 타락시킬 수도 있다. 갑자기 물질
적으로 풍요해지면 그 속도가 빨라진다. 소년소녀가장에게 몇 천 몇
백만원의 돈이 갑자기 몰려서 아이들이 망가지는 것도 봤다.

=가난한 사람을 대할 때 짝사랑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어떤 이는 받
는 데만 익숙해지는 경향도 있다. 우리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일할
때까지 기다린다. 자칫 우리가 무슨 해결사처럼 받아들여지면 안 된
다. 그 다음부터 어려워진다.

=기초수급권자는 국가가 인정한 가난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보다
조금 낫다는 소위 차상위계층은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사실상
더 가난하다. 이것이 딜레마다.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서비스는 자활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에 맞춰
서비스 해주고, 주거·의료·교육 등 분야별로 케이스에 맞춰서 해야
한다. 이것을 일률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서비스를 하고 숫자
에 맞춰 할당을 하니 제대로 분배가 되지 못한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통하지 않는 세상이다. 가난이 고
착화 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나아지
고 신분을 상승하는 것은 한계점에 도달했다. 이들은 현재 사는 것보
다 빈곤에서 조금만 더 해방시켜 주면 된다. 그 다음에는 혼자 설 수
있는 법을 찾아야 한다.

▲ 지붕마다 하얗게 눈이 덮인 서울 신림10동 달동네 밤골에 평화의
집 임춘식 관장과 천주교 서울대교구 박순석 선교사, 정겸효 성민복지
관장(사진 왼쪽부터)이 모였다. 이들은 “우리 이웃의 삶을 들여다보
는 관심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았다. /정경렬기자
krchung@chosun.com

=언론에서 간헐적으로 해왔지만 빈곤 계층의 문제를 체계적으로 다
룬 적은 드물다. 조선일보 ‘우리 이웃’ 기획은 그래서 돋보인다. 중
요한 것은 사회적 관심이다. 어렵게 살다가 성공한 사람들이 밝혀서
모델을 보여줘야 하는데 잘 안 밝히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 그 동안은 자선
하고 마는 것이었다. 내가 그 사람한테 더 줌으로써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왜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지에 관심을 불러일으켜
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체계적이지 못한 중복서비스도 문제다. 대상자 한 명한테 동사무소
교회 복지관에서 중복적으로 주기만 하니까 받는 데만 익숙해진다. 전
문가를 양성하고 복지 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 일회성에 그치면 오히
려 역효과가 나서 자활 의지를 꺾어 버린다.

=나눔의 일반적 이해가 관건이다. 학창시절 공부하는 과정에서 아이들
이 서로 나누고 도움을 주는 것을 배우는 것이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일단 기초교육으로 나눔 교육이 필요하다.

=중고등학교에서 하는 8시간 봉사활동은 형식적이고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 많다. 우리는 부모가 오지 않으면 봉사를 안 시킨다. 가족이 같
이 하면 아이들이 느끼고 다음에 또 온다. 그렇지 않으면 봉사활동 증
명서 발급만이 목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동정으로만 살아가면 안 된
다. 남을 도울 때도 한꺼번에 쌀 열 포대 갖고 오지 말고 한 달에 한
포대씩 매달 가져 오라고 한다.

=미국에선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한 명 생기면 동네에서 돕겠다는 봉사
자가 수십명씩 지원을 한다고 한다. 자원자의 형편에 맞춰 간병이나
병원 동행 등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지역 사회가 한 사람의 장애인에
게 필요한 것을 나눠 뒷바라지 해줌으로써 가족들은 큰 변화 없이 살
아갈 수 있다. 그게 저절로 되겠나. 교육과 훈련을 시켜야 가능한 일
이다.

=아이들 성교육도 유치원부터 시키면 대처 능력이 생긴다. 나눔에 대
한 인성교육과 더불어 사는 방법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비디오 만
들고 책 만들고 온 국민이 나서서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흥분하고 동
참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몰이해도 지적하고 싶다. 사회복지는 모
두 국가에서 한다고 믿고 있고, 국가 의존도가 너무 높다. 중요한 것
은 민간 차원의 도움이다.

=평소에 아쉬운 것은 많은 사람들이 어려운 이웃들의 이야기에 감동하
고 도움을 주려고 하지만, 그 돕는 방법이 외길이란 것이다. 꼭 돈을
갖고 와서 아이를 만나고 직접 전해주겠다고 한다. 우리가 직접 가면
역효과가 있다고 설득을 해도 안 듣고 봉투를 도로 가지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IMF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빈곤층이 두 배로 늘었다. 또 아직은 남을
돕는 것이 힘들고 복잡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교육도 중요하고
‘수입 1% 나눔 운동’ 같은 민간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


(특별취재팀·진성호 사회부 차장대우 shjin@chosun.com 이항수 사회부 기자 hangsu@chosun.com 선우정 경제부 기자 jsunwoo@chosun.com 신동흔 산업부 기자 dhshin@chosun.com 방준오 사회부 기자 obang@chosun.com 정지섭 사회부 기자 xanadu@chosun.com 안상미 사회부 기자 ima7708@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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