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보호" 공단 해명에도 형평성 논란

지난 9월 직장에 다니던 남편 이모(55)씨가 사망하는 바람에 부인 정모(55)씨는 지난달부터 유족연금을 타게 됐다. 남편이 지금까지 연금에 낸 돈은 297만원에 불과하지만 정씨는 매월 16만2900원씩 연간 195만원씩 받게 됐다.
반면 송모(48)씨는 지난달 직장에 다니던 부인 구모(47)씨가 사망하자 유족연금 대신 장례부조금 형식의 사망일시금으로 460만원을 받게 됐다. 부인이 연금에 부은 돈은 501만원이지만 그보다 적은 금액만 한 번에 타게 된 것이다.

송씨가 만일 유족연금을 받게 되면 기대수명 78세까지 연간 200만원씩 6000만원 이상 탈 수 있는 것을 단 460만원만 받고 만 것이다.

국민들의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이 유족연금에서 남녀 차별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금법에 따르면 여성은 남편이 사망하면 5년간 유족연금을 받다가 소득이 있으면 연금 지급이 일시 정지된 뒤 50세 때부터 다시 연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남성은 국민연금 가입자이던 아내가 사망하면 60세가 넘거나 중증장애인(장애 등급 2급 이상)이어야만 유족연금을 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사망일시금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취업을 해도 생활보장이 안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혼자 남은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유족연금의 혜택을 주는 반면, 남성들은 웬만하면 가계를 혼자서도 꾸려갈 수 있기 때문에 차이를 두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이 때문에 유족연금을 받는 경우가 지난 9월 말 현재 여자는 17만2481명인 데 반해 남자는 1만2963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인이 사망해 사망일시금으로 200여만원을 받았다는 김모(58)씨는 “나도 퇴직해 월수입이 전혀 없는 상태인데 왜 유족연금은 남자·여자 차별을 두는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했다.

더욱이 남자가 60세가 넘어 연금을 받고 있다가 연금 가입자인 부인이 사망할 경우 이미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부인의 유족연금을 아예 못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2001년에 이 같은 남녀 차별을 시정하라고 감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번 정기국회에 낸 국민연금법 개정안에서도 이를 제외시켰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직은 여성이 우리 사회의 경제적인 약자이므로 동등하게 법을 고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