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이(17)는 프로야구 선수가 꿈이다. 그러나 귀가 잘 들리지 않는 2급 청각장애인. 동네의 보통 아이들과 달리 특수학교인 충주성심학교에 다닌다. 지난해 봄 조일연 교감 선생님이 학교에 야구서클을 만들면서 명진이에게도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3일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야구장. 성심학교 야구부가 정식경기에 처음 출전하는 날이었다. 전광판 맨 위 1번 자리에 ‘6(유격수) 한명진’이 당당히 새겨졌다. 너무 떨려서 전날 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지만 막상 운동장에 들어서니 ‘한 번 해보자’는 투지가 솟았다.
상대는 1회전에서 안산공고를 6-0으로 물리친 강호 성남서고. 경기 전 나란히 선 상대 선수들은 명진이(1m62, 62㎏)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커 보이는 1m80 안팎의 거구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기죽지 말자고 다짐했다. 성남서고는 역시 잘했다. 명진이와 성심 선수들은 하얀 줄무늬 유니폼 하의가 흙으로 뒤범벅이 될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수화를 통해 감독 선생님 지시를 받으면서 땅볼 타구 하나에도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며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과는 1-10, 7회 콜드게임패.
졌어도 실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창단 11개월의 성심 팀은 초등학생 때부터 6~7년간 야구를 해온 성남서고를 상대로 3안타를 쳐냈고, 공식대회 첫 득점도 올렸다. 도루도 3개 기록했고, 투수 서승덕은 탈삼진을 6개나 솎아냈으니 야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셈이다.
조금 불편할 뿐 그들은 다르지 않았다. 10명의 청각장애 소년들이 야구를 통해 세상문을 활짝 열어젖힌 경기였다. 내년부터는 봉황대기뿐만 아니라 지역예선을 거치는 다른 대회에도 출전키로 했다. 명진이의 꿈은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었다.
〈안호기기자〉
경향신문
13일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린 서울 동대문야구장. 성심학교 야구부가 정식경기에 처음 출전하는 날이었다. 전광판 맨 위 1번 자리에 ‘6(유격수) 한명진’이 당당히 새겨졌다. 너무 떨려서 전날 밤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지만 막상 운동장에 들어서니 ‘한 번 해보자’는 투지가 솟았다.
상대는 1회전에서 안산공고를 6-0으로 물리친 강호 성남서고. 경기 전 나란히 선 상대 선수들은 명진이(1m62, 62㎏)보다 머리 하나씩은 더 커 보이는 1m80 안팎의 거구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기죽지 말자고 다짐했다. 성남서고는 역시 잘했다. 명진이와 성심 선수들은 하얀 줄무늬 유니폼 하의가 흙으로 뒤범벅이 될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수화를 통해 감독 선생님 지시를 받으면서 땅볼 타구 하나에도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며 슬라이딩도 서슴지 않았다. 그렇지만 결과는 1-10, 7회 콜드게임패.
졌어도 실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창단 11개월의 성심 팀은 초등학생 때부터 6~7년간 야구를 해온 성남서고를 상대로 3안타를 쳐냈고, 공식대회 첫 득점도 올렸다. 도루도 3개 기록했고, 투수 서승덕은 탈삼진을 6개나 솎아냈으니 야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보여준 셈이다.
조금 불편할 뿐 그들은 다르지 않았다. 10명의 청각장애 소년들이 야구를 통해 세상문을 활짝 열어젖힌 경기였다. 내년부터는 봉황대기뿐만 아니라 지역예선을 거치는 다른 대회에도 출전키로 했다. 명진이의 꿈은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었다.
〈안호기기자〉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