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

언론보도

목록
국민연금, 이래도 됩니까
03-07-23 09:37 1,706회 0건
국민연금, 이래도 됩니까

조삼모사정책. 나중엔 어쩌려고.

18일 정부와 민주당은 내년부터 국민연금수급 대상자들이 현재 연금불입 시기의 평균소득액의 60%를 받던 것을(소득 대체율 60%) 55%로 하향조정하기로 결정했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을 불입하는 동안 월평균 100만원의 소득을 받았던 사람은, 현재 국민연금을 지급받을 때 100만원의 60%인 60만원을 매월 받고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이것을 55만원으로 5만원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국민의 인기를 잃는 정책을 취한 이유는 현재와 같은 국민연금 불입액수로 지금과 같은 액수의 국민연금을 계속 지급할 경우 국민연금이 바닥나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인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당장 연금수령자의 연금지급액수를 줄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사정에 연금수급자의 생활을 어렵게 한 것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연금 수급액수(소득대체율)를 더 줄여야 하는데, 국민의 인기를 잃을 것을 우려한 정치권이 애당초 보건복지부의 안을 많이 완화한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당초 보건복지부는 소득대체율을 내년부터 50%로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연금지급의 안을 갑자기 대폭 낮출 경우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당정협의에서 정세균 민주당 정책위원장이 55%로만 내릴 것으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보건복지부는 현재 소득의 9%인 국민연금 보험요율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 또한 민주당 측 주장에 의해 2010년까지 현행대로 9%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우선은 어려운 경제사정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덜 나쁜 소식임에 틀림이 없다. 보험요율 인상은 미루고, 보험금액 지불액수는 내리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다.

지금은 그동안 국민연금수급자가 없는 동안 모은 돈으로 국민연금을 지불하고 있다. 애당초에는 지금의 9%보다도 적은 3%로 시작을 했었다. 그 역시 국민의 반발을 줄인다는 취지에서였다. 그때부터 보험금은 조금 걷어서, 연금은 많이 준다는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언제까지 가능할 것인가?


이번에 보건복지부에서 국민연금 보험요율은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은 낮추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반영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세균 정책위원장이 당장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마치 선심을 쓰듯 보험요율 인상은 연기하고, 소득대체율의 하향조정율은 줄이겠다고 한 것은 부도덕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야 말로 조삼모사(朝三暮四)인 것이다. 이런 기조가 계속될 경우 언젠가 찾아올 국민연금 재정의 파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그저 다음 정부로 넘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란 말인가? 이러한 정책 운영방법은 과거의 정권들이 사용해온 방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일 뿐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태도는 나에게 참여정부의 개혁의지란 것의 실체가 얼마나 미온적인 것인지에 대해 또 한번 크게 실망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또 한 가지 실망스러운 것은 보건복지부의 태도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위원장의 발표에 실망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검토해보겠다” 고 했다고 한다. 이 글을 쓰는 나보다도 국민연금의 위기에 대해 더 명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보건복지부 관계자일 것이다.

그들이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여 국민연금이 파탄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그들의 임무이다. 그러나 당정정책조정회의를 거친 후의 답은 “검토해보겠다” 라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적극적인 찬성은 하지 않지만, 반대하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다. 그들도 정치적인 수사를 사용하는데 이젠 많이 능숙해진 것 같다. 일단 ‘소득대체율을 더 내리자는 입장을 개진했고, 보험요율도 인상하자고 했는데 정부가 반대해서 관철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결코 찬성을 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책임이 없다.’는 표현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는 종 모양을 이루고 있다. 지금과 같은 저 출산율이 지속될 경우 이제까지와는 고령세대보다 젊은 세대의 인구비율이 항상 더 높던 것과는 달리 지금의 경제활동인구가 연금수령연령이 될 무렵, 국민연금을 납부해야 할 경제활동인구는 오히려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한 인구의 고령화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현재의 경제활동인구가 지금부터 더 많은 보험금을 지불해서 기금을 튼튼히 하지 않고, 지금과 같은 높은 연금수급이 계속될 경우 장래에 국민연금이 파탄날 것이라는 것은 보건복지부의 계산을 들여 보지 않아도 명백하다.

몇 년 전 건강보험을 통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에도 의료보험(당시에는 건강보험이 아니라 의료보험이었다)요율을 인상해야 했음에도,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직장의료보험과 이미 바닥이 난 지역의료보험을 통합하는 잔재주를 부림으로써 의료보험을 파탄을 몇 년 연기시키기는 했지만 그 후 건강보험 수급대상을 줄이는 등 더 큰 후유증을 치루어야 했다.

정부와 보건복지부는 지금 그와 같은 과정을 또 밟아가려는 것이다. 국민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명복으로 국민을 속이는 정치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 디지털말 김광진 기자 2003년07월19일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

Fixed headers - fullPage.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