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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이 무서워'…노인학대 방치
03-04-15 09:44 1,597회 0건
노인학대상담센터 심진희 상담원은 얼마전 상담전화 한통을 받고 난감했다. “심한 치매를 앓으며 홀로 살고 있는 이웃노인(여·76)이 가족의 무관심 탓에 방치돼 있는데 임시보호시설이나 가족에게 보호를 명령할 방법이 없느냐”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행 법이나 제도로는 이같은 방법은 없다.

“기초생활수급자 정도의 빈곤가정이 아니라면 노인이 어떤 학대를 받고 있더라도 즉시 개입해서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는 없다”고 심씨는 말했다.

A(여·78)씨와 뒤늦게 같이 살게된 며느리(44)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상습적으로 A씨를 때리고 욕했다. 며느리는 말리던 시아버지까지 밀쳐 넘어뜨렸다. A씨는 결국 경찰을 찾았고, 며느리는 지난해 10월 구속됐다. 며느리는 20일 뒤 풀려났지만 A씨는 여전히 병원에 누워 있고 부양비 문제로 가족들이 다투자, A씨가 상담센터에 전화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7.4%로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상황에서 노인학대 문제가 큰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학대받는 노인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나 관련 시설 등 사회적인 시스템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기획사업으로 지난해 12월 문을 열어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상담활동을 시작한 노인학대상담실(부산 동구노인복지관 내)에는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20여건의 노인학대 상담이 밀려들었다. 이들 상담사례는 노인학대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치매노인 방치에 상습 폭행이 예사다.

B(56)씨는 노모(80)에게 욕설과 정서적 학대를 일삼는 자신이 ‘노모에게 어떤 학대를 가하게 될지 두려워’ 스스로 전화를 걸어온 경우다. 그는 “어머니를 쳐다보는 것 자체가 싫어 방치하고 눈에만 띄면 심한 욕설을 하게 된다”며 “수용할 만한 시설이 없느냐”고 문의했다. 하지만 대부분 관련시설은 유료이거나 빈곤노인만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 학대받는 노인이 갈 곳은 없다.

상담소 이동훈 과장은 “아동학대나 청소년 여성문제는 각종 특별법이나 쉼터 등 보호시설 등이 이미 갖춰져 있거나 사회적 관심 속에 보호장치가 속속 마련되고 있지만 노인학대 문제는 거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대받는 노인을 가정에서 쉼터 등으로 분리시켜 학대행위의 고리를 끊고 전문가들의 체계적인 관리가 따라야 하는 만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7월부터 다섯달 동안 전국 노인 1천3백49명을 상대로 면접조사를 실시해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3명에 1명꼴인 37.8%가 1차례 이상 정서적 육체적 학대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봉권 기자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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