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새도시와 이주노동자.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고층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빼곡한 이 지역에 3천여명의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산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낯선 땅에서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말은 통하지 않고 기후나 음식도 낯설다. 더 힘든 것은 자신들을 대하는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주말에도 마음편히 쉴 곳이 없다. 사람들의 정이 그립지만 지역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통로도 없다. 얇은 월급 봉투로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비싼 생필품 값은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없이 만드는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이런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공간이 생긴다. 오는 20일 문을 여는 이주노동자들의 쉼터 ‘나눔꽃’. 고양·파주 지역의 이주노동자를 돕는 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이 제안하고 일산 성당이 구내 공간을 쾌척해 문을 열게 됐다.
쉼터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나눔꽃’은 다른 지역의 이주노동자 쉼터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나눔꽃’의 주요한 구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아주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다. 옷, 양말, 신발에서 시디, 라디오 등 전자·가전제품까지 모두 판매한다. 이곳에서 파는 생필품 가격은 대부분 1000원이 안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센터에서 몇 만원씩 하는 가전제품도 이곳에서는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비결은 재활용품. 각 가정에서 쓰지 않고 있는 물품을 기증받아 이를 이주노동자에게 파는 것이다. 물품을 기증한 주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눔을 선물하고 집안에서 잠들어 있는 물건은 이주노동자의 손에서 깨어나 재활용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나눔꽃’은 환경 운동도 하는 셈이다.
이주노동자들과 지역민들 사이에 놓인 편견의 벽을 없애기 위한 행사도 준비중이다. 매달 한 차례 이주노동자들이 꾸미는 문화행사 나눔꽃 축제. 주민들은 이 행사를 통해 노래, 춤, 공예품 등 제3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된다. 제3세계 물품은 재활용품 가게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가게 한켠에는 인터넷을 이용해 고국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도 운영할 계획이다.
20일 개점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는 않다. 당장은 이주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기증받은 생필품은 모두 1000여점. 옷가지가 대부분이고 가전제품이나 주방용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재활용품 수거와 수선을 맡을 자원봉사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누는 기쁨을 아는 이들의 참여가 조금씩 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장소를 내 준 일산 성당은 물론 근처 성당들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재활용품을 모으는 일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유기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펼치는 한살림 고양지부에서는 물품 운송 차량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사계절 출판사는 이주노동자들의 한글공부에 써달라며 아동도서를 기증하겠다고 밝혀왔다. 토·일요일에 자신의 차량으로 물품 수거를 해주겠다는 시민도 있다. ‘나눔꽃’ 일을 맡고 있는 김숙경씨는 “나눔꽃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려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자원봉사 신청과 물품 기증은 아시아의 친구들(031-921-7880) 일산성당(031-975-2050)로 연락하면 된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한겨레>
낯선 땅에서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 이주노동자들.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다. 말은 통하지 않고 기후나 음식도 낯설다. 더 힘든 것은 자신들을 대하는 주민들의 따가운 시선이다. 주말에도 마음편히 쉴 곳이 없다. 사람들의 정이 그립지만 지역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통로도 없다. 얇은 월급 봉투로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비싼 생필품 값은 고국으로 돌아갈 날을 기약없이 만드는 무거운 짐이기도 하다.
이런 처지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도움을 줄 공간이 생긴다. 오는 20일 문을 여는 이주노동자들의 쉼터 ‘나눔꽃’. 고양·파주 지역의 이주노동자를 돕는 시민단체 ‘아시아의 친구들’이 제안하고 일산 성당이 구내 공간을 쾌척해 문을 열게 됐다.
쉼터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나눔꽃’은 다른 지역의 이주노동자 쉼터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나눔꽃’의 주요한 구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아주 값싸게 제공하는 것이다. 옷, 양말, 신발에서 시디, 라디오 등 전자·가전제품까지 모두 판매한다. 이곳에서 파는 생필품 가격은 대부분 1000원이 안된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센터에서 몇 만원씩 하는 가전제품도 이곳에서는 5000원이면 살 수 있다. 비결은 재활용품. 각 가정에서 쓰지 않고 있는 물품을 기증받아 이를 이주노동자에게 파는 것이다. 물품을 기증한 주민들은 이주노동자들에게 나눔을 선물하고 집안에서 잠들어 있는 물건은 이주노동자의 손에서 깨어나 재활용이 된다. 그런 점에서 ‘나눔꽃’은 환경 운동도 하는 셈이다.
이주노동자들과 지역민들 사이에 놓인 편견의 벽을 없애기 위한 행사도 준비중이다. 매달 한 차례 이주노동자들이 꾸미는 문화행사 나눔꽃 축제. 주민들은 이 행사를 통해 노래, 춤, 공예품 등 제3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접하게 된다. 제3세계 물품은 재활용품 가게에서도 만날 수 있다. 가게 한켠에는 인터넷을 이용해 고국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온라인 카페도 운영할 계획이다.
20일 개점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는 않다. 당장은 이주노동자들이 필요로 하는 물품이 부족하다. 지금까지 기증받은 생필품은 모두 1000여점. 옷가지가 대부분이고 가전제품이나 주방용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재활용품 수거와 수선을 맡을 자원봉사자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누는 기쁨을 아는 이들의 참여가 조금씩 늘고 있어 희망을 주고 있다. 장소를 내 준 일산 성당은 물론 근처 성당들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재활용품을 모으는 일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유기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펼치는 한살림 고양지부에서는 물품 운송 차량을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사계절 출판사는 이주노동자들의 한글공부에 써달라며 아동도서를 기증하겠다고 밝혀왔다. 토·일요일에 자신의 차량으로 물품 수거를 해주겠다는 시민도 있다. ‘나눔꽃’ 일을 맡고 있는 김숙경씨는 “나눔꽃의 성공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자신들이 가진 것을 나누려 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역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더불어 사는 생활공동체로 키워나가고 싶다”고 바랐다. 자원봉사 신청과 물품 기증은 아시아의 친구들(031-921-7880) 일산성당(031-975-2050)로 연락하면 된다.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