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발 그려오기' 등 무심한 숙제 예사
가정 조사 땐 "엄마 없는 사람 손들어 봐"
서울 한 초등학교 1학년인 崔모(8)양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난감한 숙제를 내줬다. '가족사랑'과정의 '아빠 발 그려오기'였다.
"아빠 발을 본적이 없는데 숙제를 어떻게 해요. 집에 와 엄마에게 아빠 발을 그려달라고 계속 졸라댔더니 엄마가 저를 부둥켜 안고 우셨어요. 참으려고 해도 자꾸 눈물이 났어요."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로 한부모(편부.편모) 가족 어린이가 늘고 있지만 학교의 교육방식이 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수업에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무심코 동심이 상처받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맞춰가는 노력이 일선 교사에서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처받는 아이들=최근 초등학교 교실에는 한 부모 아동이 급격히 늘고 있다.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 등이 지난해 여름방학 교원연수에 참가한 전국 초등교사 7백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81.3%인 6백30명의 교사들이 "한 부모 가족 아동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 초등교육과 김점옥(54) 장학사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학년에 한두명이던 한부모 아동이 요즘에는 최소한 한 학급에 한두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르치는 방식은 예와 다름이 없다. 역시 초등 1년생인 孫모(8)양은 "선생님이 가정환경을 조사한다면서 '아빠 없는 사람, 엄마 없는 사람 손들라'고 했는데 손을 못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혼녀 全모(44)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빠 발을 씻겨 드리고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다면서 있지도 않은 아빠의 도장을 찾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교사의 편견도 상처를 준다. 어머니와 사는 서울 P초등학교 3년 金모(10)군은 최근 반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선출됐다. 하지만 담임교사가 "형편상 어렵지 않겠느냐"며 다른 학생에게 반장을 넘길 것을 제안해 양(兩)부모 학생이 반장이 됐다. 金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한동안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지나친 관심이나 배려도 문제다. 李모(41)씨는 "한부모라는 사실을 안 선생님이 용돈이나 학용품 등을 주셨는데 아이는 오히려 자존심이 상해 여러번 울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체제.교사의식 바꾸는 배려 필요=전문가들은 변화에 맞게 교육방식을 개선하고 교사의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연수나 교육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다영 교수는 "같은 한 부모라도 사별과 이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교사들이 많다"면서 "교사의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미성초등학교 박향옥 연구부장은 "숙제를 내줄 때 아버지.어머니 대신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말로 바꾸는 등 한 부모 아동을 배려하기 위해 교사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 성 상담소는 최근 '결손가정.편부.편모 대신 한 부모라 부르기' '급식 등 학부모 당번 줄이기'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 내주기' 등 교사 실천운동을 시작했다.
민동기 기자 (중앙일보)
가정 조사 땐 "엄마 없는 사람 손들어 봐"
서울 한 초등학교 1학년인 崔모(8)양은 어릴 때 부모가 이혼해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얼마 전 학교에서 난감한 숙제를 내줬다. '가족사랑'과정의 '아빠 발 그려오기'였다.
"아빠 발을 본적이 없는데 숙제를 어떻게 해요. 집에 와 엄마에게 아빠 발을 그려달라고 계속 졸라댔더니 엄마가 저를 부둥켜 안고 우셨어요. 참으려고 해도 자꾸 눈물이 났어요."
이혼율의 급격한 증가로 한부모(편부.편모) 가족 어린이가 늘고 있지만 학교의 교육방식이 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수업에서 한부모 가정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 무심코 동심이 상처받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회변화에 민감하게 맞춰가는 노력이 일선 교사에서부터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처받는 아이들=최근 초등학교 교실에는 한 부모 아동이 급격히 늘고 있다.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송다영 교수 등이 지난해 여름방학 교원연수에 참가한 전국 초등교사 7백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81.3%인 6백30명의 교사들이 "한 부모 가족 아동이 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교육청 초등교육과 김점옥(54) 장학사는 "10년 전만 하더라도 한 학년에 한두명이던 한부모 아동이 요즘에는 최소한 한 학급에 한두명 정도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르치는 방식은 예와 다름이 없다. 역시 초등 1년생인 孫모(8)양은 "선생님이 가정환경을 조사한다면서 '아빠 없는 사람, 엄마 없는 사람 손들라'고 했는데 손을 못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혼녀 全모(44)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아빠 발을 씻겨 드리고 도장을 받아오라'고 했다면서 있지도 않은 아빠의 도장을 찾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교사의 편견도 상처를 준다. 어머니와 사는 서울 P초등학교 3년 金모(10)군은 최근 반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선출됐다. 하지만 담임교사가 "형편상 어렵지 않겠느냐"며 다른 학생에게 반장을 넘길 것을 제안해 양(兩)부모 학생이 반장이 됐다. 金군의 어머니는 "아들이 한동안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고 말했다.
지나친 관심이나 배려도 문제다. 李모(41)씨는 "한부모라는 사실을 안 선생님이 용돈이나 학용품 등을 주셨는데 아이는 오히려 자존심이 상해 여러번 울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교육체제.교사의식 바꾸는 배려 필요=전문가들은 변화에 맞게 교육방식을 개선하고 교사의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연수나 교육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송다영 교수는 "같은 한 부모라도 사별과 이혼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교사들이 많다"면서 "교사의 편견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미성초등학교 박향옥 연구부장은 "숙제를 내줄 때 아버지.어머니 대신 '같이 사는 사람'이라는 말로 바꾸는 등 한 부모 아동을 배려하기 위해 교사들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민우회 부설 가족과 성 상담소는 최근 '결손가정.편부.편모 대신 한 부모라 부르기' '급식 등 학부모 당번 줄이기'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과제 내주기' 등 교사 실천운동을 시작했다.
민동기 기자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