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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대신 우리 목소리 냅시다”
03-04-09 10:02 1,455회 0건
청소년 의회 발족 움직임 구체화…“지역 대표 100명 뽑아 8월에 정기국회 갖자”

ⓒ 시사저널 안희태
지난 3월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청소년 의회를 위한 첫 토론회.

지난 3월2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청소년 의회를 어떻게 꾸릴 것인가를 놓고 토론회가 열렸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행사장을 빼곡이 채웠고, 간혹 학생 아닌 청소년과 일반 성인 들이 간간이 끼어 시작부터 활력이 넘쳤다. 이 날 ‘대한민국 청소년 의회 준비위원회’(공동준비위원장 최현섭 외 4명)는 총 62조에 이르는 청소년 의회 규정 안까지 마련해 토론의 줄기로 삼았다.

아직 한국에서는 용어조차 낯선 청소년 의회가 발의된 것은 지난해 말. 교사 몇 사람이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펴낸 <세계 아동현황보고서 2003>에 실린 청소년 의회 관련 대목을 보고 영감을 얻었고, 전국사회교사모임(대표 박현희)이 전폭 후원에 나섰다. 청소년 의회 대변인 박인호씨(동덕여고 교사)는 5월에 청소년 대표 100명(만14∼19세)을 뽑아, 8월4일부터 9일까지 정기국회를 갖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 안에 따르면, 5월 말까지 서울 22명, 제주도 2명 등 인구 비례로 청소년 대표 100명이 선발될 예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후보 등록을 하고, 선거인 등록도 한다.

청소년 의회의 근거는 유엔어린이권리협약 12조. 어린이에게 본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스럽게 표현할 자유를 보장하며,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대목이다. 머리 모양 자유화를 외치며 전개했던 ‘노 컷 운동’ 등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청소년들의 움직임도 토양이 되었다. 사실 외부로부터의 압력도 있다. 한국청소년개발원 김영지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유엔어린이권리위원회는 한국의 어린이 청소년 인권 현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가정·학교·사회에서 어린이의 견해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표현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아동복지법을 재개정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 시사저널 안희태
위는 대변인 박인호씨.

미국 유타주에서는 청소년 법정 운영하기도

준비위측이 밝힌 세계의 추세는 한국의 현실을 되짚어보게 했다. 유럽이나 일본, 미국은 물론 갓 독립한 동 티모르에까지 청소년 대표 기구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 자치단체의 자문 기구에서 활동하면서 성인 못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청소년도 많다. 미국 토렌스 시는 ‘토렌스 2010 프로젝트’에서 기획진 70명 가운데 20명을 청소년으로 구성하고 있다. 미국 유타 주는 청소년에게 직접 또래의 범죄에 대해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청소년 법정을 운영하는데, 그 결정은 법원의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청소년 의회의 원조 격인 유럽은 일찍이 1970년대 후반부터 청소년 복지와 정치에 대한 젊은이들의 무관심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의회나 자문 기구, 청소년 NGO 등 다양한 장치를 개발해 왔다.

토론에 참여한 고등학생 임인호군(안양고 3년)은 시행 세칙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참여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치적 허무주의를 일찍 경험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군은 학생 아닌 청소년과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했고, 진학에 도움이 되는 가산점 제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는 단기간에 참여를 이끌어 내기 어려운 만큼 지역 대표 제도는 무리가 아니냐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실행 세칙보다는 공감대를 넓혀가는 일일 것이다. 청소년 의회 준비위원회 홈페이지는 4월 중순 개통될 예정이다. 문의 02-2294-9372.

노순동 기자 soon@sisapress.com
시사저널 702호 사회 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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