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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습관’ 개인·인터넷 모금 확산되야
03-02-03 14:58 1,624회 0건
국민일보가 기부문화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나눔으로 ‘함께’ 제4부 ‘서로에게 도움되는 기부문화’ 시리즈 현장보도가 끝났다.이를통해 기부의 소중함을 깨달았고 기부자들의 따뜻한 마음도 만날 수 있었다.

시리즈 마지막으로 이화여대 강철희 사회복지학과 교수,CJ주식회사 곽대석 사회공헌팀장,사회복지공동모금?서영일 기획관리본부장과 함께 기부문화 전반을 되짚어봤다.

<사회=정원교전문위원>

△사회=본보의 기부문화 시리즈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였다.우선 기부문화의 현주소에 대한 진단부터 해달라.

△강철희 교수=우리사회에 기부문화가 정착된 것은 IMF 이후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 양적인 확대는 이뤄냈으나 생활 속에 녹아드는 기부문화를 만들어내지는 못했다.미국의 경우 개인기부가 전체의 70∼80%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기업기부가 훨씬 많다.앞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서영일 본부장=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전국적으로 기업이 내는 기부금이 전체의 55%를 차지한다.공동모금회는 방송과 신문을 통해 경제단체들로부터 돈을 걷는 기존의 형태를 극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곽대석 팀장=과거 기업 기부금은 준조세 성격이 강했으나 지금은 마케팅과 자선활동을 결합시키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만 기부금의 용도를 지정하는 지정기탁제가 많아지는 것은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기업은 신뢰할 수 있는 사회단체에 기부하고 기부금 활용은 그 단체에 맡기는 것이 이상적인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우리 사회의 기부 규모는 확대됐지만 모금 기법은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모금단체들이 지갑이 열리기만 기다린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서영일=공동모금회는 개인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를 위해 연말연시의 일회성 불우이웃돕기 형태에서 벗어나 직장인들이 일정금액을 급여에서 자발적으로 공제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한사랑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강철희=‘아름다운 재단’의 1% 나눔운동은 새로운 모금형태로 주목할 만하다. 1% 나눔운동은 돈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끼,전문성까지 사회복지를 위해 베푸는 형태다. 이는 기부문화를 바꾸고 있고 기부의 저변확산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곽대석=기업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기부방법을 모색중이다. CJ의 경우 직원이 일정시간 어려운 이들을 위해 봉사하면 기부의 형태로 인정하는 1% 시간봉사활동을 펴고 있고 사랑의 1계좌운동도 하고 있다.

△사회=자선기구의 기부를 둘러싼 신뢰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곽대석=한 기업이 100억원을 기부했다면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떤 곳에 쓰여졌고 어떤 효과를 낳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있어야 한다.기업들의 기부가 광고보다 더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 3조원의 광고시장이 모두 기부시장으로 바뀔 수 있다.

△서영일=공동모금회는 1999회계연도에 170억원을 모금했지만 2002회계년도에는 1017억원을 모금했다.공동모금회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사회=자선기구에 대한 감시기능(시장의 견제)은 어떻게 되는게 바람직하다고 보나.

△강철희=미국의 경우 모금기관들의 투명성과 활동 등을 측정,평가하는 인증제도를 실시하는 단체가 있다.그리고 모금기관에서 만약 사기의 냄새가 나면 검찰이 이 단체를 관장,의혹을 철저히 파헤친다.이처럼 모금기관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하되 감시기능은 강화하는 장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곽대석=모금기관들은 투명성을 가장 좋은 마케팅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 기부 프로그램은주도적으로 진행하되 그 과정과 집행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사회=모금활동에 종사하는 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기능이 너무 빈약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강철희=모금에 투여되는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미국의 경우 기부하는 회사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조직해 주기도 한다. 회계나 홍보 등 전문인력이 필요한 곳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우리도 사회복지 제도나 행정,서비스 개발,비영리단체 홍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육성시켜야 한다.

△서영일=공동모금회는 사무국 직원들 빼고는 모두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모금의 효율성과 저변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사회=인터넷을 통한 기부가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사이버공간의 이웃돕기 모금은 어떻게 되고 있나.

△서영일=공동모금회는 3년전부터 사이버 기부에 대해 내부적으로 준비해오고 있었다. 인터넷 기부사이트는 인적?물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특히 행사나 이벤트를 알리기에 매우 적절한 수단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모금 자체의 효과는 매우 낮다.

△강철희=인터넷을 통한 모금 자체는 미미하지만 그 잠재력은 엄청나다. 재작년 미국의 9·11 테러때 짧은 시간동안 가장 많은 돈을 모은 수단이 바로 인터넷이었다.결제수단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신용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가 불식된다면 인터넷 기부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곽대석=인터넷 세대들이 사회의 주류로 자리를 잡는다면 사이버 기부는 크게 성장할 것이다. 현재도 자원봉사자 모집 등은 온라인으로 한다.관건은 인터넷 기부가 투명하다는 것을 사회에 인식시키는 것이다.

△사회=기부와 관련된 제도적 문제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강철희=모금에 사용되는 비용을 전체 모금액수의 2%로 제한하고 있는 ‘기부금품 모집규제법’과 기부금에 대한 세제혜택 범위를 규정한 ‘조세특례 제한법’ 등은 기부문화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

△서영일=시민사회단체는 모금에 사용되는 비용을 20∼30%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모금에 사용되는 비용을 2%로 제한하는 것은 심하게 말하면 모금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 이는 2%이상의 비용을 사용하는 모금단체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결과가 된다.

이와함께 기부와 관련된 법적인 절차 등을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얼마전 부동산을 기부한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절차가 까다로와 아직까지 못 받고 있다. 유증과 부동산 기부 등은 절차상 문제가 많아 기부받기가 힘든 형편이다.

△곽대석=기업들에 대한 법인세와 소득공제의 폭이 커지면 기업기부도 더욱 늘어날 것이다. 더욱이 ‘식품기탁 촉진법’(가칭)과 ‘자원봉사 활동지원법’(가칭) 등 기부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법률이 입법활동 지연으로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기탁 촉진법이 제정된다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식품을 기탁하는 기업 및 개인들을 보호할 수 있고 푸드뱅크와 같은 음식물 지원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다.자원봉사 활동지원법은 자원봉사자들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고 불의의 피해에서 구제할 수 있는 법이다.

새 정부에서는 이같은 법률들이 조속히 제정돼 기부문화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회=기부와 관련된 우리 의식에 있어서 지적될 부분은 없나.

△강철희=우리 사회에서는 그동안 부조금 등 가정내 기부가 많았다.이제 인구구조가 변하면서 가정내 기부보다 지역기부,사회기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역기부가 확대되면 우리 사회가 편안해질수 있다.소가족 제도가 바뀌면서 이웃에 대한 이성적 기부가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사회=앞으로 기부운동은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강철희=기부는 습관이다.즉 우리의 삶 속에서 기부를 재미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칭찬합시다’라는 TV프로그램에 등장했던 봉사자들에 대해 조사한 적이 있다. 연구결과 이들은 모두 선한 사업에 중독됐던 사람들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부는 중독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최근 어린 자녀들에게 기부 습관을 갖도록 가르치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원재활용을 통해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아름다운 가게’의 성공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곽대석=CJ는 기업이미지에 걸맞는 사회봉사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CJ가 지난 99년부터 실시하기 시작한 ‘푸드뱅크’ 사업이다. 자원재활용,환경보호에다 나눔의 문화 확산에 기여하고 있는 푸드뱅크 사업은 기부자와 수혜자 모두가 득을 보는 구조다.작년의 경우 푸드뱅크 사업에 30억원 정도를 사용했다.앞으로 수요자 중심으로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CJ의 경우 술만 마시는 망년회 대신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이 나와 사내에서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기부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의식속에 스며들고 있다는 반증으로 보인다.

△서영일=외국의 기부문화를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접목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사회에 알맞은 기부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참석자>

◇ 강철희(40)=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NGO연계전공 주임교수,아름다운 재단 정책위원,미펜실베니아대 박사(사회복지학)

◇ 곽대석(48)=CJ주식회사 사회공헌팀장,서울시 사회복지사협회 이사,가톡릭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

◇ 서영일(48)=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획관리본부장,공동모금회 전 사업본부장

정리=하윤해기자 justice@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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