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한국정부에 대해 아동권을 보호하는 노력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입시·조기교육이 아동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잊혀진 아동권, 궁색한 대안.”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민간대표로 참석한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간사는 “한국 정부는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인식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권리협약’의 국내 이행상황에 대한 심의를 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린 평가다.
아동권리협약은 18살 미만의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규정한 국제인권조약으로, 한국은 90년 가입한 뒤 94년 1차 보고서에 이어 2000년에 2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인권운동사랑방·전교조·대한변협 등 13개 인권·사회단체들이 만든 민간보고서도 따로 제출됐다. 이번 위원회는 2차 보고서에 대한 심의다.
복지부와 교육부, 인권운동사랑방 등에 따르면, 이번 위원회에서는 특히 한국의 입시· 조기교육이 도마에 올랐다. 입시·조기교육은 곧 아동권을 침해하는 환경으로 여겨졌다. 위원회는 민간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정부에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체제가 아동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를 묻고, 학벌중시 풍조에 대해 지적했다. 민간보고서는 “정부가 99년 교육 정상화와 입시경쟁교육 탈피라는 목표에 따라 보충수업을 폐지했지만, 지난해 보충수업을 되살리고 전국 단위의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등 입시위주 교육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전국 초중고 학생 100명 가운데 55명은 과외를 받고 있고, 과외비 지출규모가 55억원이 넘는 사교육 실태에서 드러난다”고 보고했다.
한국정부는 또, 협약 가입때 유보한 3개 조항에 대한 철회를 거듭 권고받았다. 위원회는 한국에서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때 자녀가 부모를 볼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것, 입양을 국가허가제로 운영하지 않는 것, 비상계엄때 재판이 단심제여서 어린이권리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것 등을 지적하고 유보철회를 권고했다. 이는 1차 보고때부터 지적받은 사항이지만, 정부는 “고려중” 또는 “관련 법이 없다” 등 같은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한국정부는 1차 보고서에서 아동권리협약의 국내 이행사항을 점검·조정할 ‘아동권리에 관한 국가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으나, 2차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빠져 이에 대한 집중적인 심의를 받았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설치되는 등 어린이 권리보호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아동권리협약의 보호대상이 18살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연령별로 서로 다른 법이 적용돼 이에 따른 정책혼선과 협약이행의 효율성이 의문시되며, 부처별로 어린이 관련 통계가 다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체벌문제와 어린이의 의사표현·결사의 자유·참여권 보장문제 등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꼽혔다. 류은숙 간사는 “위원회의 한국 담당위원이 ‘한국정부가 1차 보고서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구체적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1차 심의때 했던 권고를 또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린이의 참여권, 어린이의 의견 청취 등 아동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재가 대안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상황을 감시·조정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부처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적절한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겨레 신문
“잊혀진 아동권, 궁색한 대안.”
지난 15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민간대표로 참석한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간사는 “한국 정부는 아동을 권리의 주체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동권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의 책임에 대한 인식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아동권리위원회로부터 ‘아동권리협약’의 국내 이행상황에 대한 심의를 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내린 평가다.
아동권리협약은 18살 미만의 어린이·청소년의 인권을 규정한 국제인권조약으로, 한국은 90년 가입한 뒤 94년 1차 보고서에 이어 2000년에 2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인권운동사랑방·전교조·대한변협 등 13개 인권·사회단체들이 만든 민간보고서도 따로 제출됐다. 이번 위원회는 2차 보고서에 대한 심의다.
복지부와 교육부, 인권운동사랑방 등에 따르면, 이번 위원회에서는 특히 한국의 입시· 조기교육이 도마에 올랐다. 입시·조기교육은 곧 아동권을 침해하는 환경으로 여겨졌다. 위원회는 민간보고서를 토대로 한국정부에 입시위주의 경쟁적 교육체제가 아동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를 묻고, 학벌중시 풍조에 대해 지적했다. 민간보고서는 “정부가 99년 교육 정상화와 입시경쟁교육 탈피라는 목표에 따라 보충수업을 폐지했지만, 지난해 보충수업을 되살리고 전국 단위의 모의고사를 실시하는 등 입시위주 교육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이는 전국 초중고 학생 100명 가운데 55명은 과외를 받고 있고, 과외비 지출규모가 55억원이 넘는 사교육 실태에서 드러난다”고 보고했다.
한국정부는 또, 협약 가입때 유보한 3개 조항에 대한 철회를 거듭 권고받았다. 위원회는 한국에서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때 자녀가 부모를 볼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것, 입양을 국가허가제로 운영하지 않는 것, 비상계엄때 재판이 단심제여서 어린이권리를 보호하기 힘들다는 것 등을 지적하고 유보철회를 권고했다. 이는 1차 보고때부터 지적받은 사항이지만, 정부는 “고려중” 또는 “관련 법이 없다” 등 같은 답변을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한국정부는 1차 보고서에서 아동권리협약의 국내 이행사항을 점검·조정할 ‘아동권리에 관한 국가위원회’를 설치했다고 밝혔으나, 2차 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언급이 빠져 이에 대한 집중적인 심의를 받았다.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와 아동학대예방센터가 설치되는 등 어린이 권리보호 상황이 전반적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밖에도 아동권리협약의 보호대상이 18살 미만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한국에서는 연령별로 서로 다른 법이 적용돼 이에 따른 정책혼선과 협약이행의 효율성이 의문시되며, 부처별로 어린이 관련 통계가 다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체벌문제와 어린이의 의사표현·결사의 자유·참여권 보장문제 등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꼽혔다. 류은숙 간사는 “위원회의 한국 담당위원이 ‘한국정부가 1차 보고서의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으며, 구체적 실천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1차 심의때 했던 권고를 또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어린이의 참여권, 어린이의 의견 청취 등 아동권에 대한 정부의 인식부재가 대안창출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아동권리협약의 이행상황을 감시·조정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부처와 국가인권위원회,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적절한 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