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가족해체’는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더 우려할 만한 것은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경제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했음에도 가족해체는 수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가족해체가 단순 경제문제가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현상이며, 커다란 흐름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는 걸 의미한다.
▲자꾸 줄어드는 식구=함께 밥을 먹는 가족수가 자꾸 줄어든다. 전체 가구수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가구당 가족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0년 4백37만가구였던 우리나라 총가구수는 2000년 1천4백31만가구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평균 가구원수는 가구당 5.6명에서 3.1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처럼 소가족이 늘어나면서 삼대(三代)가 함께 사는 가정은 10가구중 1가구 꼴로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소가족화 현상이 가족의 전통적 유대를 약화시켜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구원수의 감소에는 핵가족화 추세와 함께 출산율 저하, 독신가구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의 경우 70년대 초 4.5명이었으나 74년 3명대, 84년에는 1.7명 정도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명으로 줄었다.
1인 독신가구의 경우 ▲70년 3.7% ▲80년 4.8% ▲90년 9.0% ▲95년 12.7% 등으로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며 급기야 2000년에는 7가구 중 1가구꼴(15.5%)로 늘었다. 이는 주로 농촌의 독거노인가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2002년 말 현재 독거노인수는 61만여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6.2%를 차지한다.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진다=사회의 윤리의식과 가치관도 크게 변했다.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총혼인건수와 이혼건수는 각각 37만5천6백16건, 11만6천7백27건이었으나 2000년에는 각각 33만4천30건, 11만9천9백82건으로 결혼건수는 줄어든 반면 이혼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0년의 경우 하루평균 결혼건수는 915건인 데 비해 이혼건수는 329건으로 결혼한 2.8쌍 중 1쌍이 매년 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도 2001년 2.8로 전년도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미국(4.2), 호주(2.9), 영국(2.9)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학계에서는 이혼율 증가원인으로 ▲배우자 선택시 ‘조건’을 중시하고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됐으며 ▲저출산으로 이혼시 자녀부담이 줄어든 점을 들곤 한다.
그러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과거에는 ‘배우자 부정’이 이혼사유의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성격차이’로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의 경우 삶의 질을 높이려는 방안의 하나로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가치관은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자녀 보육 및 교육을 보육시설·학원 등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우리나라의 부모가 자녀 상담·교육 등 자녀 보살피기에 소요하는 시간은 1일평균 남성은 9분, 여성은 49분에 불과했다.
가정학대도 가족위기를 부르는 주요 동인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의 10명중 7명가량이 가정에서 신체적 학대와 언어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아동학대예방센터는 가족학대의 유형을 ▲신체학대 41.8% ▲방임 37.5% ▲정서학대 9.0% ▲성학대 5.5% ▲유기 6.2% 등으로 구분하고, 아동학대의 가해자 절대다수가 부모라고 밝힌 바 있다.
▲가족해체가 사회붕괴로=가족해체는 사회안전망을 위협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가출청소년들은 집을 나온 뒤 술·담배(63.9%), 절도 및 돈뺏기(36.7%) 등의 비행에 빠지거나 범죄에 이용되고(13%) 구타·성폭행(15.8%)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출청소년 5명 중 1명이 이성과 동거를 하거나 성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 가출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찰은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8년째 비행청소년의 단속·상담업무를 하고 있는 배상복 경사(서울 구의3동파출소)는 “가출청소년의 상당수가 룸살롱, 스탠드바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용돈을 마련하고 있다. 비뚤어진 어른들의 성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가정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가족구성원의 생활여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복지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책임연구원은 “편부모가구, 새싹가정가구(소년소녀가정), 노인단독가구 등 해체가족의 보호와 소득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며 독거노인을 위한 가정봉사원제도, 새싹가정의 자녀보호를 위한 후견인, 그룹홈 제도 등을 제시했다.
김향초 협성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약화된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사회복지사에 의한 체계적인 가족복지상담과 치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변용찬 보사연 사회정책연구실장은 “가족해체는 사회의 최소단위가 깨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현재 가족정책이나 제도는 전무한 상태”라며 “개인 중심이 아닌 가족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경향신문
▲자꾸 줄어드는 식구=함께 밥을 먹는 가족수가 자꾸 줄어든다. 전체 가구수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가구당 가족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0년 4백37만가구였던 우리나라 총가구수는 2000년 1천4백31만가구로 3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평균 가구원수는 가구당 5.6명에서 3.1명으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이처럼 소가족이 늘어나면서 삼대(三代)가 함께 사는 가정은 10가구중 1가구 꼴로 이제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전문가들은 소가족화 현상이 가족의 전통적 유대를 약화시켜 가족의 해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구원수의 감소에는 핵가족화 추세와 함께 출산율 저하, 독신가구 증가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여성이 평생동안 낳는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의 경우 70년대 초 4.5명이었으나 74년 3명대, 84년에는 1.7명 정도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3명으로 줄었다.
1인 독신가구의 경우 ▲70년 3.7% ▲80년 4.8% ▲90년 9.0% ▲95년 12.7% 등으로 급속한 증가세를 보이며 급기야 2000년에는 7가구 중 1가구꼴(15.5%)로 늘었다. 이는 주로 농촌의 독거노인가구 증가에 따른 것으로 2002년 말 현재 독거노인수는 61만여명으로 전체 노인인구의 16.2%를 차지한다.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진다=사회의 윤리의식과 가치관도 크게 변했다. 쉽게 만나 쉽게 헤어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총혼인건수와 이혼건수는 각각 37만5천6백16건, 11만6천7백27건이었으나 2000년에는 각각 33만4천30건, 11만9천9백82건으로 결혼건수는 줄어든 반면 이혼건수는 오히려 늘어났다. 2000년의 경우 하루평균 결혼건수는 915건인 데 비해 이혼건수는 329건으로 결혼한 2.8쌍 중 1쌍이 매년 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 1,000명당 이혼건수인 조이혼율도 2001년 2.8로 전년도에 비해 0.3포인트 증가했다. 이러한 이혼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미국(4.2), 호주(2.9), 영국(2.9)에 이어 4번째로 높은 수치이다.
학계에서는 이혼율 증가원인으로 ▲배우자 선택시 ‘조건’을 중시하고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됐으며 ▲저출산으로 이혼시 자녀부담이 줄어든 점을 들곤 한다.
그러나 한국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과거에는 ‘배우자 부정’이 이혼사유의 주류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성격차이’로 갈라서는 경우가 많다”며 “여성들의 경우 삶의 질을 높이려는 방안의 하나로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러한 개인주의적 가치관은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자녀 보육 및 교육을 보육시설·학원 등 외부 전문기관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생활시간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실제 우리나라의 부모가 자녀 상담·교육 등 자녀 보살피기에 소요하는 시간은 1일평균 남성은 9분, 여성은 49분에 불과했다.
가정학대도 가족위기를 부르는 주요 동인이다. 한국청소년쉼터협의회에 따르면 가출청소년의 10명중 7명가량이 가정에서 신체적 학대와 언어폭력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아동학대예방센터는 가족학대의 유형을 ▲신체학대 41.8% ▲방임 37.5% ▲정서학대 9.0% ▲성학대 5.5% ▲유기 6.2% 등으로 구분하고, 아동학대의 가해자 절대다수가 부모라고 밝힌 바 있다.
▲가족해체가 사회붕괴로=가족해체는 사회안전망을 위협한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가출청소년들은 집을 나온 뒤 술·담배(63.9%), 절도 및 돈뺏기(36.7%) 등의 비행에 빠지거나 범죄에 이용되고(13%) 구타·성폭행(15.8%)을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출청소년 5명 중 1명이 이성과 동거를 하거나 성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현재 가출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찰은 적게는 10만명에서 많게는 7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95년부터 8년째 비행청소년의 단속·상담업무를 하고 있는 배상복 경사(서울 구의3동파출소)는 “가출청소년의 상당수가 룸살롱, 스탠드바 등 유흥업소에서 일하며 용돈을 마련하고 있다. 비뚤어진 어른들의 성문화가 청소년들에게 가정 밖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경제적 터전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도 가족구성원의 생활여건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복지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보건사회연구원 김미숙 책임연구원은 “편부모가구, 새싹가정가구(소년소녀가정), 노인단독가구 등 해체가족의 보호와 소득보장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며 독거노인을 위한 가정봉사원제도, 새싹가정의 자녀보호를 위한 후견인, 그룹홈 제도 등을 제시했다.
김향초 협성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약화된 가족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사회복지사에 의한 체계적인 가족복지상담과 치료서비스 제공 등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변용찬 보사연 사회정책연구실장은 “가족해체는 사회의 최소단위가 깨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현재 가족정책이나 제도는 전무한 상태”라며 “개인 중심이 아닌 가족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 창출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