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선생님 '맨몸 울타리' 뿐
후원금 뚝 라면상자 마저 끊겨
정부보조금도 없어 칼바람만
서울 연희동 그룹홈 ‘한울타리’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30평 단독주택인 이 곳에는 6살배기 영준이(가명)부터 16살 철호(가명)까지 7명의 아이들이 있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지닌 아이들이다.
연말이 돌아왔지만 한울타리에는 그 흔한 라면상자 하나 쌓여있지 않았다. 임은순(58) 원장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불황에 대선까지 겹쳐서인지 그나마 들어오던 후원마저 끊겼다”며 “난방비도 절약해야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단층 집 허술한 문틈으로 칼바람이 연신 새어 들어왔다.
두 달전 이곳에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 재우(12·가명)는 가출과 도둑질을 반복하던 아이였다. 재우의 어머니는 정신질환자 수용소에 들어가 있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다. 재우는 한울타리로 온 뒤 비로소 안정을 찾고 있다. 막내 영준이는 최근 말문이 트였다. 폐병을 앓는 아버지와 지하 단칸방에서만 갇혀 살아 여섯살인데도 “아빠, 까까”라는 말 밖에 못 배운 아이였다.
이런 아이들을 차가운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는 울타리는 임 원장의 보살핌 뿐이다. 지난 2000년 한울타리의 문을 연 임 원장은 지금까지 자비를 털어가며 아이들을 돌봤다. 정부가 ‘그룹홈’을 공식 복지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아 개인후원 외에는 정부보조를 기대할 순 없다. 그러다보니 임 원장의 빚은 자꾸만 늘어간다. 혼자 힘으로는 너무 부대껴 아이들의 가슴에 맺힌 멍울을 세심하게 어루만져줄 선생님을 모셔오고 싶지만 이또한 ‘돈’ 때문에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임 원장은 생활비 걱정보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더 크다. 임 원장은 “늘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라 싫어도 ‘싫다’고 말할 줄 모른다. 한 번 버림을 받았던 아이들이어서 불만을 털어놓기 보다는 ‘또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늘 가슴 한켠에 머물러 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 했다. (후원계좌 371-21-0179-929 국민은행, 예금주 임은순, 한울타리 사무실 02-325-5384)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공동기획 롯데호텔
-한겨레 신문
후원금 뚝 라면상자 마저 끊겨
정부보조금도 없어 칼바람만
서울 연희동 그룹홈 ‘한울타리’는 부모의 이혼 등으로 가정이 해체된 아이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30평 단독주택인 이 곳에는 6살배기 영준이(가명)부터 16살 철호(가명)까지 7명의 아이들이 있다. 저마다 아픈 사연을 지닌 아이들이다.
연말이 돌아왔지만 한울타리에는 그 흔한 라면상자 하나 쌓여있지 않았다. 임은순(58) 원장은 수심 가득한 얼굴로 “불황에 대선까지 겹쳐서인지 그나마 들어오던 후원마저 끊겼다”며 “난방비도 절약해야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은 지 30년이 넘은 단층 집 허술한 문틈으로 칼바람이 연신 새어 들어왔다.
두 달전 이곳에 들어온 초등학교 5학년 재우(12·가명)는 가출과 도둑질을 반복하던 아이였다. 재우의 어머니는 정신질환자 수용소에 들어가 있다. 아버지는 알콜중독자다. 재우는 한울타리로 온 뒤 비로소 안정을 찾고 있다. 막내 영준이는 최근 말문이 트였다. 폐병을 앓는 아버지와 지하 단칸방에서만 갇혀 살아 여섯살인데도 “아빠, 까까”라는 말 밖에 못 배운 아이였다.
이런 아이들을 차가운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는 울타리는 임 원장의 보살핌 뿐이다. 지난 2000년 한울타리의 문을 연 임 원장은 지금까지 자비를 털어가며 아이들을 돌봤다. 정부가 ‘그룹홈’을 공식 복지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아 개인후원 외에는 정부보조를 기대할 순 없다. 그러다보니 임 원장의 빚은 자꾸만 늘어간다. 혼자 힘으로는 너무 부대껴 아이들의 가슴에 맺힌 멍울을 세심하게 어루만져줄 선생님을 모셔오고 싶지만 이또한 ‘돈’ 때문에 선뜻 시도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임 원장은 생활비 걱정보다 아이들을 제대로 키우고 싶은 ‘엄마’의 욕심이 더 크다. 임 원장은 “늘 불안한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이라 싫어도 ‘싫다’고 말할 줄 모른다. 한 번 버림을 받았던 아이들이어서 불만을 털어놓기 보다는 ‘또 버림받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늘 가슴 한켠에 머물러 있다”고 말하며 안타까워 했다. (후원계좌 371-21-0179-929 국민은행, 예금주 임은순, 한울타리 사무실 02-325-5384)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공동기획 롯데호텔
-한겨레 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