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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자] 다시 고개 든 학교 폭력서클
02-09-09 10:42 1,319회 0건
“선배를 보면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인사한다” “구로구 일대 학교를 모두 장악한다”

서울 마포동의 기동수사대 형사계 사무실 안. 학교 내에 일명 ‘일진회’라는 폭력서클을 결성해 폭력을 휘두르고 금품을 빼앗아 구속된 10대 2명은 스스럼없이 기자와 형사들에게 행동강령을 설명하고 있었다. 이들 옆 테이블에는 후배들을 때릴 때 사용했던 검정테이프를 두른 몽둥이와 부러진 야구배트 등 10여개의 둔기가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죄책감이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1998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폭력서클에 가입했다는 이모군(17·고1)은 “내가 경찰에 붙잡힌 건 정말 재수없는 케이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군과 함께 구속된 후배 최모군(16·무직)도 피멍으로 얼룩진 후배들의 전신 모습이 찍힌 증거용 사진을 보자 오히려 “예전에 우리가 선배들한테 맞은 것과 비교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며 코웃음쳤다.

이들은 서클에서 탈퇴하려는 후배들을 폭행하기 위해 모일 때면 인터넷을 이용했다. 주로 PC방에서 인터넷으로 오락이나 채팅 중에 “후배 터치,빨랑와”라는 은어를 사용한 쪽지를 보냈다. 그러고는 인근 야산에 모여 후배들을 마구 구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군 등은 경찰관에게 “방송사 기자들은 언제 와요”라고 묻는 등 마치 자신들이 인기스타나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진 채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기도 했다.

비슷한 폭력사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생활에 쫓기는 부모들의 무관심 속에서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비뚤어지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군은 “2급장애인인 아버지는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고 어머니는 파출부로 일하고 있는데 내게 무슨 신경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군도 “아버지는 암으로 입원 중이고 어머니는 택시기사로 일해 집에는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을 검거한 이모 경사는 “1998년 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근절대책협의회를 구성해 단속할 때는 교내 폭력이 많이 줄어드는 듯하더니 최근에 다시 학원폭력이 느는 추세”라며 “요즘 난무하고 있는 조직폭력 관련 영화나 만화 등이 청소년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아 무척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재찬 사회부 기자 jeep@kmib.co.kr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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