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입시위주 교육에 대한 대안의 하나로 1996년부터 도입한 중·고생 봉사활동 평가제가 6년째 겉돌고 있다. 아직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관리기관과 봉사 프로그램 자체가 턱없이 부족해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심지어 허위 확인서를 제출하는 등의 부작용도 빚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봉사활동이 형식에 치우쳐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태=서울 목동 S중에 다니는 이모군(15)은 방학 때만 되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매번 구청 공무원인 외삼촌에게 가짜 확인서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방학 시작 1주일 전부터 친구 2명과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이미 정원이 찼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결국 이군은 올해도 외삼촌에게 봉사활동 확인서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하기로 했다.
3D로 알려진 사회복지관 봉사활동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신월2동 신월사회복지관 관계자는 “학생봉사자를 모집한지 이틀만인 지난 20일 모집정원 33명이 모두 찼다”며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더운 여름에 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도 방학 때면 신청하려는 학생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서울 홍은동 M중 교사 S씨는 “상당수 학생이 봉사활동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한다”며 “막상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온 학생들에게 확인해보면 한 시간 정도 흉내만 내고 2∼3시간짜리를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내신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학부모까지 나서서 이곳저곳에 부탁,형식적인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봉사활동 평가제가 계속된다면 학생들이 원칙을 무시한 채 순간만 모면하는 요령부터 배우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점=서울시의 경우 중·고생 74만명이 올 한 해 총 1184만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시교육청이 마련한 봉사활동 관리기관은 5000여개 정도다. 그나마 관리기관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파출소의 경우 학생들의 신변안전을 우려,대부분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동사무소는 1∼2명을 수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운영되는 7차 교육과정에서는 총 18시간의 봉사활동중 10시간은 학교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현실은 이같은 교육부측의 판단과는 완전 딴판이다.
서울 신정동 M고교의 경우 지난 봄 소풍갔을 때 전교생에게 고작 10여분간 땅에 떨어진 휴지를 줍게 하고도 한 시간 봉사활동을 인정했다. 또 같은 지역의 H중 역시 학생수련회에서 모닥불을 피운 후 정리정돈을 했다는 구실로 2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기록했다. 실제 봉사활동과 거리가 멀고 시간도 턱없이 짧지만 할당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김경욱 전교조 청소년위원장은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행하다보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는 전국 대부분의 도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봉사활동 기관 2000여곳에 공문을 발송,철저한 실적확인을 촉구할 것”이라며 “인터넷의 봉사활동 안내센터 홍보를 강화해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봉사활동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육청의 감독강화 조치나 홍보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정동 H중 S교사는 “학생들이 구걸하듯 봉사할 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심리적 황폐감을 느끼고 있다”며 “봉사활동 내용을 점수화하지 말고 생활기록부 등에 기록,대학에서 평가토록 한다면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김수정기자 ilsong@kmib.co.kr
◇실태=서울 목동 S중에 다니는 이모군(15)은 방학 때만 되면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매번 구청 공무원인 외삼촌에게 가짜 확인서를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방학 시작 1주일 전부터 친구 2명과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했지만 “이미 정원이 찼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결국 이군은 올해도 외삼촌에게 봉사활동 확인서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하기로 했다.
3D로 알려진 사회복지관 봉사활동도 자리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서울 신월2동 신월사회복지관 관계자는 “학생봉사자를 모집한지 이틀만인 지난 20일 모집정원 33명이 모두 찼다”며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더운 여름에 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도 방학 때면 신청하려는 학생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서울 홍은동 M중 교사 S씨는 “상당수 학생이 봉사활동할 곳을 찾지 못해 고민한다”며 “막상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온 학생들에게 확인해보면 한 시간 정도 흉내만 내고 2∼3시간짜리를 받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선 교사들은 “내신성적에 반영되기 때문에 학부모까지 나서서 이곳저곳에 부탁,형식적인 봉사활동 확인서를 받아 학교에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현재와 같은 형태의 봉사활동 평가제가 계속된다면 학생들이 원칙을 무시한 채 순간만 모면하는 요령부터 배우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문제점=서울시의 경우 중·고생 74만명이 올 한 해 총 1184만시간의 봉사활동을 해야 하지만 시교육청이 마련한 봉사활동 관리기관은 5000여개 정도다. 그나마 관리기관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파출소의 경우 학생들의 신변안전을 우려,대부분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고 있으며 동사무소는 1∼2명을 수용하는데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 관계자는 “올해부터 운영되는 7차 교육과정에서는 총 18시간의 봉사활동중 10시간은 학교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학교의 현실은 이같은 교육부측의 판단과는 완전 딴판이다.
서울 신정동 M고교의 경우 지난 봄 소풍갔을 때 전교생에게 고작 10여분간 땅에 떨어진 휴지를 줍게 하고도 한 시간 봉사활동을 인정했다. 또 같은 지역의 H중 역시 학생수련회에서 모닥불을 피운 후 정리정돈을 했다는 구실로 2시간의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기록했다. 실제 봉사활동과 거리가 멀고 시간도 턱없이 짧지만 할당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해 편법을 사용한 것이다.
김경욱 전교조 청소년위원장은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시행하다보니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는 전국 대부분의 도시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만간 봉사활동 기관 2000여곳에 공문을 발송,철저한 실적확인을 촉구할 것”이라며 “인터넷의 봉사활동 안내센터 홍보를 강화해 학생들에게 좀더 많은 봉사활동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교육청의 감독강화 조치나 홍보 강화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정동 H중 S교사는 “학생들이 구걸하듯 봉사할 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심리적 황폐감을 느끼고 있다”며 “봉사활동 내용을 점수화하지 말고 생활기록부 등에 기록,대학에서 평가토록 한다면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일송·김수정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