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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적응 못하면 제3의 교육 찾아라
02-07-03 15:47 1,533회 0건
가정환경과 학습 부담 등으로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중퇴하는 중고교생이 전국적으로 매년 6만∼7만명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런 이유로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학령기 청소년들이 45만명 이상일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일단 학교 밖으로 밀려난 청소년들이 다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이들을 위한 교육기관이 늘고 있지만 정규학력이 인정되는 대안교육기관은 전국에 고교 13개, 중학교 1개뿐이고 대상 학생도 1300여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소재지가 대부분 읍면지역이어서 도시지역 학생들이 다니기에 불편한 점도 있어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정부가 내년부터 각종 대안교육프로그램에 대한 학력 인정을 확대하기로 함에 따라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나 학생들은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다.

▽위탁형 대안교실〓서울 종로구 안국동 한국걸스카우트회관 6층에 있는 ‘청소년인성지도교육원’은 서울시내 중고교에서 추천한 복교생, 징계학생, 학교부적응 학생 등을 상대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출 경험이 있고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등 이른바 ‘불량소녀’였던 김정미양(가명·15·중3)은 학교 측의 추천으로 최근 이곳에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 수십명과 함께 2주 동안 교육프로그램을 마쳤다.

지난달 28일 수료식장에서 만난 김양은 “여기에 와 보니 내 자신이 너무 소중하고 인생을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제 학교에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위탁으로 서울시카운슬러협회가 주관하는 이 교육원은 5일, 10일, 1개월짜리 특별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2000년부터 6월 말까지 모두 2357명(중학생 1271명, 고교생 1086명)의 학교 부적응 학생이 이곳을 다녀갔다.

이곳에서 정해진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은 다시 소속 학교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여느 대안학교와는 차이가 있다.

박성순(朴成淳) 원장은 “처음 왔을 때는 불량해 보이는 아이들도 며칠만 지나면 단정한 학생이 된다”며 “학교에 돌아간 뒤 달라졌다는 말을 들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위탁형 대안학교〓자퇴나 퇴학을 하지 않은 채 별도의 교육기관에서 별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원래 자신이 소속된 학교의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시도교육청이 지정하는 위탁교육기관은 현재 서울에는 강서구 화곡동의 성지고와 동대문구 전농동의 청량정보고, 송파구 장지동의 한림실업고 등 3곳이 있다.

이들 학교는 정규고교에서 교육 과정 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나 학생선도위원회의 퇴학 처분을 받은 학생 가운데 희망자를 위탁받아 지도한다.

교육과정의 3분의 1은 일반 고교와 같은 보통 교과로 이뤄지고 나머지 3분의 2는 인성, 적성, 진로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정규 고교에 학적이 있는 재학생만 위탁 가능하며 이미 자퇴 등으로 학교를 떠난 학생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특성화형 학교〓교육과정과 학사운영이 자유롭고 졸업생은 일반 고교와 마찬가지로 정규 학력을 인정받는다. 전남 영광의 영산성지고, 경남 산청의 간디학교, 충북 청원의 양업고, 경남 합천의 원경고, 전남 담양의 한빛고 등 13개 고교가 있고 중학교는 전남 영광의 성지송학중 1곳뿐이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며 기숙사 시설을 갖추고 있다. 유일한 공립 대안학교인 경기 수원의 경기대명고는 통학이 가능한 지역의 학생만 뽑는다. 영산성지고처럼 일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교도 있고 특정 종교나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건립된 학교도 있다.

수업료는 대부분 일반 학교와 다름이 없지만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 월 10만∼20만원의 기숙사비를 받는다. 20∼40명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경우가 많고 9∼10월경 학교별로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계절 주말학교〓정규 학교교육을 보완하는 차원에서 계절학교나 주말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대안학교도 많다. 종교 및 시민단체에서 설립한 경우가 많으며 방과 후 활동, 자연답사, 체험활동 등의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경기 가평의 두밀리 소나무자연학교, 대구의 민들레만들래, 울산의 숲속의 학교, 서울 종로의 자유학교 물꼬, 서울 북아현동의 단디학교 등이 있다.

이 밖에 정규 학력이 인정되지 않지만 학교 형태를 띤 실험적인 대안교육 시설도 있다. 이들 대안학교는 독특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을 적용해 학교별로 다양한 교육을 실시한다.

한국청소년재단이 운영하는 ‘도시속 작은학교’를 비롯해 변산 공동체학교, 들꽃피는 학교 등이 있는데 내년부터 교육인적자원부의 학력인정을 받는 위탁 교육기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대안교육, 단기프로그램보다 전담학교 있어야>
-이병식 서울 아현중 생활지도부장

가정문제나 비행, 학교생활 부적응 등으로 인해 심리적인 방황을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학교라는 공간이 지식교육과 함께 인성교육을 통해 ‘참된 사람’을 기르는 곳임을 생각할 때 학교 밖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끌어안고 함께 가지 못할 때면 ‘내가 과연 교사 역할을 제대로 하나’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당국이 수년 전부터 학교 부적응 학생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여러 사회 단체들이 청소년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정말 다행한 일이다.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대안교실도 그 중 하나다.

현재 대안교실은 서울시교육청이 위탁교육을 지정한 서울시카운슬러협회 부설 청소년인성교육원이 각 학교에서 추천받은 복교생, 징계 학생,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궁극적으로 비행행동 재발을 예방하고 가정 및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문제는 대안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부적응 학생들 중 상당수가 오래가지 않아 또다시 이전 상태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일반 학생들과의 위화감, 학습 부담, 부적응 학생들을 위한 전문인력 및 프로그램 부족 등을 들 수 있다.

또 대안교실의 적응교육 프로그램이 5∼10일이란 단기간에 끝나는 것도 문제다. 학생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원인이 많은 것처럼 이들이 변화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단 한번의 교육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완하려면 일시적인 적응교육 프로그램에서 한층 더 발전시켜 부적응 학생을 위한 교육을 전담하는 대안학교를 계속 확대해야 한다.

학교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전문 상담요원과 일반 교사로 구성된 학교를 운영해 학교제도 내에서 적응하는 노력을 하면서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별도의 학교 공간을 마련해줘야 한다.

대안학교를 운영하려면 재정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너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때 비뚤어진 길을 가고 있는 청소년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만큼 가치있는 교육은 없다. 교육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향한 오래 달리기이다. 애정어린 관심과 적극적인 투자를 계속하면 반드시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확신한다.

출처 : 동아일보 등록일 : 2002-07-03
기자 : 홍성철 E-Mail :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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