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통한 민족주의의 건전한 표출"
최근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사 람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열광적인 응원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미국전이 열린 10일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도 30만명의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운집한 시청앞의 터질듯 격정적인 응원은 보는 이들의 탄복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외국 언론도 감탄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이 자발적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새로운 응원문화가 등장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학자들은 대체로 세계화속에 희미해져가는 민족주의가 스포츠라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건전한 방향으로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는 "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세계화의 큰 흐름속에 동참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항상 민족과 국가를 자각하고 염려하는 민족주 의가 자리잡고 있었다"며 "월드컵이라는 국가대항 스포츠를 계기로 민족주의가 건전 한 방향으로 표출된 결과가 바로 응원문화"라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한미전이 열린 10일 전국의 응원열기와 동점골을 넣은 안정환 선수의 독특한 골 세리머니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한 일종의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길거리 응원은 전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20세기의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위력과 영향 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보여주었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민족주의가 성숙한 시민사회를 토대로 표출돼 그 성격이 매우 개방적이고 건전하게 변했다"고 진단했다.
한양대 사회학과 한태선 교수는 "응원을 통해 국민이 보여준 결집력은 그 모습 이 6.10 항쟁 당시 민주화 열기보다는 과거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으려는 우리 선 조들의 열망과 더 비슷하다"고 설명하며 "정치인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와 민족 이라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국민에게 접근한다면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사회학자들의 민족주의적 해석과 달리 심리학 전문가들은 개인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월드컵을 통해 동질감과 소속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창윤 정신과 전문의는 "축구는 대중들이 마치 선수가 된 듯한 마음으로 쉽게 모두 어우러져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우리 대표팀 경기 에서는 개인들은 격렬한 응원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됐다는 동질감과 소속감 을 느끼고 평상시의 소외감을 떨쳐버린다"고 말했다.
한편 일종의 병리적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창상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은 "길거리 응원의 바탕에는 절망, 불안, 패배의식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희망을 찾고자 노력했 으나 실패했다는 분노와 좌절이 서로 뒤섞여 월드컵이란 구실을 통해 집단적으로 표 출돼 나타난 현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karl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
최근 월드컵을 계기로 전국 곳곳에서 수많은 사 람들이 한데 모여 벌이는 열광적인 응원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사회.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한국-미국전이 열린 10일 쏟아지는 폭우속에서도 30만명의 `붉은 악마'와 시민들이 운집한 시청앞의 터질듯 격정적인 응원은 보는 이들의 탄복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것이었고 외국 언론도 감탄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같이 자발적으로 모두가 함께 하는 새로운 응원문화가 등장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사회학자들은 대체로 세계화속에 희미해져가는 민족주의가 스포츠라는 새로운 형태를 통해 건전한 방향으로 분출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서울대 사회학과 신용하 교수는 "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세계화의 큰 흐름속에 동참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저변에는 항상 민족과 국가를 자각하고 염려하는 민족주 의가 자리잡고 있었다"며 "월드컵이라는 국가대항 스포츠를 계기로 민족주의가 건전 한 방향으로 표출된 결과가 바로 응원문화"라고 설명했다.
신교수는 "한미전이 열린 10일 전국의 응원열기와 동점골을 넣은 안정환 선수의 독특한 골 세리머니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대한 일종의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볼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길거리 응원은 전쟁과 대립으로 점철된 20세기의 민족주의, 국가주의가 21세기에도 여전히 그 위력과 영향 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을 새삼 보여주었다"며 "하지만 과거와 달리 민족주의가 성숙한 시민사회를 토대로 표출돼 그 성격이 매우 개방적이고 건전하게 변했다"고 진단했다.
한양대 사회학과 한태선 교수는 "응원을 통해 국민이 보여준 결집력은 그 모습 이 6.10 항쟁 당시 민주화 열기보다는 과거 일제강점기 나라를 되찾으려는 우리 선 조들의 열망과 더 비슷하다"고 설명하며 "정치인들도 이번 기회를 통해 국가와 민족 이라는 대승적인 관점에서 국민에게 접근한다면 광범위한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사회학자들의 민족주의적 해석과 달리 심리학 전문가들은 개인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월드컵을 통해 동질감과 소속감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아산병원 김창윤 정신과 전문의는 "축구는 대중들이 마치 선수가 된 듯한 마음으로 쉽게 모두 어우러져 볼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우리 대표팀 경기 에서는 개인들은 격렬한 응원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하나가 됐다는 동질감과 소속감 을 느끼고 평상시의 소외감을 떨쳐버린다"고 말했다.
한편 일종의 병리적 현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창상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은 "길거리 응원의 바탕에는 절망, 불안, 패배의식 등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희망을 찾고자 노력했 으나 실패했다는 분노와 좌절이 서로 뒤섞여 월드컵이란 구실을 통해 집단적으로 표 출돼 나타난 현상"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karllee@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