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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논란 중인 ‘부부 강간죄’필요할까? 필요 없을까?
01-10-08 20:22 1,410회 0건
논란 중인 ‘부부 강간죄’필요할까? 필요 없을까?

애독자 60명에게 물었습니다!

최근 여성개발원이 준비 중인 '여성폭력방지종합대책' 시안엔 부부간의 원치 않는 성관계, 또는 이혼 직전의 부부 사이에서 벌어진 일방적인 성폭행 등에 대해 부부강간죄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쌍방 합의 없이 강제적으로 이뤄진 성관계는 아무리 부부간이라도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여성조선은 애독자 60명에 대한 전화설문을 실시, 이에 대한 주부들의 의견을 물었습니다. 설문대상은 애독자 엽서 중에서 무작위 추출하였으며, 이 중 20대 주부가 19명, 30대 주부는 35명, 40대는 6명이었습니다. 물론 전문기관에 의뢰한 규모 있는 설문조사가 아니었기에 전체 여성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만한 약식 결과로도 우리 주부들의 의식을 대강 가늠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뒷얘기입니다만, 애초 저희가 설문응답을 요구했던 대상 주부는 100여 명이었습니다. 그러나 부부간의 성생활이라는 사적인 주제를 꺼린 많은 분들이 응답을 거부하셨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동안 각종 잡지매체를 사칭하며 음란성 설문을 남발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설문조사가 더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이 기회를 빌려 다시 한번 '여성조선' 등 잡지매체를 사칭해 시민을 우롱하는 분들의 자제를 요구하며 독자들께서도 이에 현혹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편집자 주


원하지 않은 성관계 경험 '있다' 67%

설문의 첫 단계는 부부간의 원치 않은 성관계 예가 얼마나 있냐는 것. 설문에 응답한 애독자 60명 중 17명은 남편의 일방적 요구 때문에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했다. 다만 '많다', '아주 많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반대로 경험이 전혀 없다고 답한 사람은 20명(33%). 23명은 '거의 없다'라고 답했는데, 이는 성관계가 남편의 강제적 요구였다고 하기엔 애매한 경우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에 응답한 주부들은 원치 않는 성관계 경험이 한두 번 이상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원치 않는 성관계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설문 응답자 60명 중 40명(67%)에 해당한다.
술기운에, 기분 좋은 일 있을 때 강요받아 58%
그렇다면 원치 않는 성관계의 빈도는 얼마나 될까. 한 달에 한 번 이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35명, 88%). 그 외 한 달에 2회 이상 경험했다는 주부도 5명으로 12%를 차지했다.
'대체로 어떤 경우에 남편이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하는가'라는 물음엔 '술 마신 기운에'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19명, 48%). 다음으로는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날(16명, 40%). 괴로운 일이 있을 때(4명, 10%) 순이었다. 그 외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한다는 대답과 기타 이유도 있었다(4명, 2%).
남편이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할 때 아내들은 어떻게 대응할까. 결론적으로, 가장 허물없이 가까울 것 같은 부부 사이에도 본심을 다 표현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처음엔 거부하다가 결국은 응해준다는 대답이 20명(50%)으로 가장 많았고,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아도 거부하지 않고 응해준다는 응답도 25%(10명)였다. 거부감 없이 그냥 응해준다는 응답(2명, 5%)를 합치면 응답자 80%가 남편의 일방적인 성관계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원치 않을 땐 끝까지 거부한다는 응답은 8명으로 20%였다.


남편이 무안해할까봐 응해준다 65%

부부간에도 성생활에 관한 권리는 동등해야 한다. 수년 전 한 주부는 남편이 지나치게 성관계를 꺼려해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일방적이고 과도한 성관계 요구 역시 상대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위. 원하지 않는 관계를 심하게 요구한다면 부부생활이 파괴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개의 아내들이 남편의 일방적 관계 요구를 받아준다는 사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자신이 원하지 않아도 상대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80%의 응답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원치 않는 성관계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가장 많은 수(26명, 65%)는 '남편이 무안해할까봐'를 택했다. 나머지는 '남편의 힘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로 답했고, 극소수는 '때론 강압적인 성관계가 좋아서'라고 답했다.
마지못해 응해준 성관계 후 기분이 어떠냐는 물음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애초 '불쾌하다'는 응답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저 그렇다'가 절반인 20명으로 가장 많았다. '불쾌하다'는 대답은 11명에 그쳤고. 기분이 좋았다는 대답도 소수 있었다.
성관계 후 불쾌한 기분을 남편에게 표현하냐는 물음에는 35%가 말로 표현한다고 답했고, 표정이나 몸동작으로 간접적으로 표현한다는 대답도 25%에 달했다.

부부강간죄 신중 검토 후 시행해도 좋다 50%

원치 않는 성관계가 싫지만 끝내 받아준다는 결과는, 성관계가 부부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통설과 연관이 있다. 실제로 많은 부부들은 갈등이 있을 때 대화로 풀기도 하지만, 잠자리를 통해 오해와 갈등을 푸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갈등을 해소하는 데 섹스가 주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냐'는 물음에 전체 응답자 60명 중 43명이 '효과 있다'고 답했으며. '아주 효과 있다'고 답한 사람도 7명에 달했다. 반대로 잠자리가 부부갈등 해소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10명에 불과했다. 이같은 결과는 부부갈등의 해소책으로 대화도 중요하지만 성관계가 큰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물론 이는 결과론이다. 다시 말해, 부부갈등이 있을 때마다 해소 수단으로 섹스를 한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남편에 의해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에도 이것이 부부갈등을 해소하는 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불쾌함만 남는 경우일 수도 있다. 그처럼 개별적인 경우의 수는 설문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짐작컨대, 설문에 응한 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부부 성관계'의 범위에 대해 애매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원치 않는 관계에 대한 거부감은 어느 정도 있으나 상황에 따른 주관적인 느낌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
설문의 결론으로, '원치 않는 성관계에 대해 부부간에도 강간죄를 명문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물음을 던졌다. 신중히 검토한 후 시행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30명으로 절반이었고, 심적으로는 동의하지만 법제화하는 건 반대한다는 의견도 25명(42%)으로 나타났다.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도 8% 있었지만, 절대 반대한다는 의견은 한 명도 없었다.
부부강간죄를 명문화하는 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로는 '부부문제를 법적으로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비롯해 '어디서 어디까지가 원치 않는 일방적인 성관계냐는 것이 주관적이라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혼율이 급증할 우려가 있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과연 부부 사이에도 강간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것인지…. 표현부터 섬뜩해 피하고 싶은 주제이지만, 실제로 지금 이 순간에도 단지 법적 부부라는 이유만으로 애정도 없는 상대와 강제적인 성관계에 시달리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는 여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성계 일부에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이유도 바로 그 때문.
그러나 부부강간죄는 성격상 매우 사적인 부분인 데다 경우의 수가 많아 일괄적인 명문화와 법 적용까지는 오랜 고비가 있을 것 같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정리·이상문 기자(pooh65@chosun.com)|설문조사·박근희| 그림·안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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