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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制 겉돈다
02-02-06 16:58 1,412회 0건
복지정책의 전문화와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1980년대 중반부터 도입해 시행 중인 사회복지사 제도가 크게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모두 5만3000여명의 사회복지사가 배출됐지만 이중 실제 관련 정부기관이나 민간복지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2만여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실제 활동 중인 사회복지사들도 대부분 정부기관이나 규모가 큰 민간 복지시설 등을 선호해 정작 이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비인가 영세 복지시설 등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이는 구체적인 인력 활용 계획도 없이 자격증만 남발한 그릇된 정책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며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태〓경기 양평군 C복지원의 경우 70여명의 장애인이 있지만 사회복지사는 10명이 채 안된다.

복지원 관계자는 "2, 3명의 장애인에 1명의 사회복지사를 두는 것이 원칙이지만 낮은 봉급과 힘든 근무 여건 때문에 희망자가 없고 그나마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도 몇 개월만에 그만두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당국의 인가를 받지 못한 수많은 비인가 민간시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 전국적으로 장애인과 노약자, 아동 등을 돌보는 각종 민간 보호시설의 수는 약 1500여개. 이중 절반에 가까운 비인가시설의 경우 정부의 지원이 전무한 데다 근무 경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사회복지사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고 있다.

경기 남양주시의 장애인 재활시설인 J재활원 원장 김모씨(53)는 "상당수의 비인가시설들은 필요 인력의 대부분을 자원봉사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각 자치단체에서 사회복지사를 일반 공무원으로 뽑기 시작한 99년 이후 평균 응시 경쟁률이 50∼60대 1을 웃돌 정도로 정부기관에는 많은 사회복지사들이 몰리고 있다.

서울 중구의 한 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사 이모씨(32·여)는 "근무 조건이 좋고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에 사회복지사들이 몰려 정작 사회복지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구하지 못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문제점〓이런 현상은 체계적인 인력 활용에 대한 고려 없이 자격증만 양산한 당국의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인해 빚어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97년 3000명이 배출된 이후 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7000명, 지난해에는 무려 1만여명의 신규 사회복지사가 배출됐다. 대학이나 일정 규모 이상의 사회기관에서 일정 학점만 이수하면 누구나 쉽게 자격증을 딸 수 있는 게 현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신용석(申容錫) 교육지원팀장은 "많은 대학에서 허술한 교육과정으로 매년 수백여명의 사회복지사를 배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복지 전문가를 양성한다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정부와 학계는 남아도는 사회복지사를 현장과 연계시키는 제도 개선과 함께 보다 전문성을 강화하는 정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별도로 사회복지사 시험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며 "경력 인정이 되지 않는 비인가 시설도 선별적으로 규제 완화를 통해 사회복지사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림대 윤현숙(尹賢淑) 사회복지대학원장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단 한 명이라도 제대로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배출하도록 자격 제도를 강화하고 현장에서 충분한 실습 기회를 갖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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